지난 초겨울 어느 날
강변을 걷던 마눌이 두눈을 훔치며
"나이드니 찬 바람 맞으면 눈물이 나네" 한다.
"그래? 내 눈엔 전혀 나이 안 들어 보이는데~~"하며
얼버무렸지만, 기실은 내도 이즈음
찬바람 때문에도, 또다른 여러가지 이유로도 자주 눈물이 난다.
덩치 작은 우리나라 숏트랙 선수들이
제일 뒤에 따라가다 막판에 앞으로 나서
끝내는 1등으로 들어오는 모습에 눈물이 맺히고
딸내미 사관학교보낸 부모들이,
첫 면회에서 딸내미의 거수경례를 받는 화면에도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
군에 간 제자들이 첫 휴가 나와서
학교로 제일 먼저 찻아왔더라는
마눌의 얘기에도 눈길을 딴곳으로 돌리게 되고,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의 다큐 프로를 보면서도,
히말라야를 기진맥진 올라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가도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리곤 한다.
정년퇴임한 은사님을 뵙는 자리에서도,
암치료를 받으면서 암환자를 치료하는 어느 중년의사의
사진에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주위에 들킬까봐 황급히
딴청을 부리곤 하지만, 이제 20년을 같이 산 마눌은
그런 걸 다 눈치채는 것 같다.
그리곤 속으로
"옛날엔 박력하난 넘쳤는데~~ "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이게 나 혼자만 겪는 현상이 아닌 것 같다는 사실이다.
"니들도 나이들고 계급 높아져 봐라.
별것도 아닌 일에 섭섭하고 열받지~~"
10여년 전
지금의 내 나이된 선배들이 했던 얘기로 미루어 보면~~
(후배들한테, 눈물 얘긴 차마 못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