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戀書 75통 (그녀와의 추억)

11,12-82년

언덕위에 서서 2006. 1. 2. 16:11
 

19820502  대위 항공대학: 청평병원

 試驗을 끝내고 나서---

며칠 사이에 습관이 된 대로, 다시 책상에 붙어 앉아서- 아니 이 자리에 앉기까지는 또 한번 바빠야 했다-  2주일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던 쓰레기통, 재떨이, 집어던진 옷가지들, 수북히 쌓인 양말, 먼지, 머리카락 전부 떨어내고, 기간 내에 勿論, 무언의 염려 있은 줄 알고 있지만, 있었던 몇 가지 에소피드하고, 염려해준 데 대한 감사의 의미에서 名言 한 가지 하고,

  오늘 電磁場(Electro Magnetic Field)라는 科目을 보면서 일어난 해프닝.

  교수가 다른 학교에서 출강 오는 분이라 조교 2명이 대신 감독을 들어 왔더군.  한 문제, Paper에서 나왔길래 얼른 베끼고, 점잔 하니 정좌하고 있으니까, “왜 안 쓰고계세요?” 조교가 웃으면서 하는 소리...내 처지 다 아니까 , 난 또 그냥 웃었지. 앞에서 쪽지가 오길 래 한참 베끼다 고갤 들어보니 내려다보고 서 있더군. 체면에 감출 계제도 아니고, “죄송합니다” 그러곤 계속 써 내려갔지.

  게시판엔 커닝하다 제적당한 학생들 이름이 즉시 즉시 내 붙더라만...

그래서 Socra Bacon의 명언이 생각나더군. “너 자신을 아는 것이 힘이다”

( 군대도 아직 안간 제간 놈이 날 우짜겠노) 시험을 그렇게 무사히(?) 끝내고 나와서 복도에 서 있는 데 학생 한 녀석이 老敎授님께 하는 말, “ 교수님, Cunning Paper contest 한번 하죠?”

  오늘 오후에야 잔디가 그새 많이 파래졌고, 나무마다 잎이 커지고 꽃이 한창인 것이 눈에 띄더군, 시험이 아니라 내겐 난리였지, 난리... 다 늙어서 Cunning Paper나 만들고 앉았을 내 처지의 한심함이라니...하여간 그 Paper에 축복 있으라, 베끼는 것마다 시험에 꼭꼭 나오는 것 만이기를...l 

 * 이번에도 편지 한번 答 안하면, 누가 나쁜 건지 自明해 지겠지?

   5월 9일 날 임성자 시집간다더라. 11시 맘모스(청량리) 결혼식장...

  그러구 보니 오늘이 4월 한달 또 깨지는 날이로구나. 방 청소하다 모자를 한번 써 봤더니, 역시 군인은 머리가 짧아야겠더군, 모자 밑으로 그새 삐죽하니 내 뻗치는 머리카락이라니...


19820505  대위 항공대학: 청평병원

  경희.

  오늘처럼 괴롭게 술 취하고, 이처럼 진지해질 기회란 그리 흔한 게 아닐 것 같아, 자리를 펴고 누웠다가, 이게 또 하나의 遇를 범하는 것이라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기로 한다.

  날 좀 안아다오, 내 角과 오기뿐인 내 전부를 좀 안아다오, 평온하게...

그 품에서 아무렇게도 괴롭지 않게 잠 들 수 있게, 그렇게 안아주길 바란다면, 경희가 내게 써 보냈듯이 청중을 생각하지 않은 나 혼자의 독주일 뿐일까? 내 누이 같은 경희, 당신은 왜 그리 멀리에만 있으려 하는가?  왜 나의 광란에 오로지 이성으로만 무장하고, 싸늘한 방관자의 자리에만 있으려 하는가? 왜 단 한번만이라도 당신의 미친 춤을 보여 주려 하지 않는가?

어떻게 해야 당신의 가슴을 열 수 있는 Key를 내 손에 쥘 수 있는 것일까?

  내가 미친 것일까?


이 가을엔, 왜 이렇게 혼자 있다는 사실을 견뎌내기에 힘드는 것일까? 왜 가을을 견뎌내기에 만도 이렇게 바둥대어야 하는 것인가?  경희, 이제 또 다시 당신과 결혼하겠다고 말하면,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웃고만 있을 것인가?

  내가 토해낸 핏빛이 붉고 묽으냐에 관계없이 그냥 웃고만 있을 텐가? 내가 얼마나 당신을 원하고 있는가를 나보다 더 명확하게 알고 있는 당신이면서, 그냥 웃고만 있을 것인가?

끝내 나처럼 미친 춤을 추기엔, 당신은 너무 높은 곳에 있는 것인가?

  경희, 왜 네 앞에선, 내 심혈을 기울인 모든 노력이 그냥 아양스럽게만 비치는 것이냐? 이 핏빛을 띤 몇 자의 글마저도...

    * 주말쯤에 청평에 가야겠다, 그래서 오늘처럼 醉할 수 있으면 좋겠다.

                                                5.2 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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