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면 이미 내년 달력이 벽에 걸린다.
그러다 보니 중순이 넘으면 12월은
빨리 지나가야 할 달, 아니면 눈치없이 남아 있는 손님같은
날들이 되어
괜히 소홀해지고, 제대로 짚어보지 않게 된다.
춘천엔 22일 4~5센티 눈이 내렸다.
(호남에 그렇게 쏟아진 눈, 산불 걱정하고 있는 강원도에도
좀 나눠주시지~)
삼악산도 부담스러워, 작은아이 학교 데려다주고 그길로
봉의산으로 향한다.
이면도로에 차를 세우고 주섬주섬 쇠발톱과 스패치 신고,
스틱까지 챙겨들고 골목길로 들어선다.
스레트와 기와지붕 사이로 난 경사진 시멘트길을 지나야
등산로가 나온다.
골목길이 난감하다. 차를 세운 곳은 눈이 쌓여 있어
쇠발톱이 제격인데, 골목길로 접어 들자,
아뿔싸~
저 위쪽까지 말끔히 눈이 치워져 있는 것 아닌가?
눈을 밟아 놓으면 쓸어내기도 힘들고,
경사진 길이 얼어 붙으면 동네 노인네들 출입이 불가능하니
아침 일찍 쓸어낸 것이리라.
아마 눈쓸기가 평생 몸에 밴 젊은 노인네들이 쓰셨겠지만~
어그적 어그적~
쇠와 시멘트가 맞닿는 소리를 들으며 골목길을 지난다.
산위에는 몇가지 운동기구를 갖춰 놓아
이것 저것 들어도 보고, 매달려도 보고
상쾌한 기분이 되어 산을 내려온다.
운전하여
아파트단지로 들어온다.
경비아저씨가 급한대로 사람 다닐 곳만 눈을 쓸고 있다.
15층 8통로 4식구면 480명인데~~
ㅋㅋㅋ~~
어쩌면 단 한 명도 눈 쓸러 나온 사람이 없을까?
슬그머니 아저씨 옆에 있는 넛가래를 집어든다.
오늘 비번이라 시간 여유도 있겠다~
30~40분 열심히 눈을 민다. 등에 땀도 좀 차이는 듯하고
상쾌하다.
통로에서 나오는 사람들, 총총히 차로 걸어가
부지런히 차 위에 쌓인 눈 치우고 주차장을 빠져 나간다.
어쩌다 외출에서 돌아온 사람은~
말끔해진 통로 앞에서 탁탁 발을 몇번 굴러
신발에 묻은 눈을 털고 들어간다.
몇몇은 아저씨에게 "수고한다~"는 인사를 던지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뜨악해 한다.
방한모를 쓰고 있어 한 눈에 알아보지 못하다,
"어이구~~ 대장님이~~직접~~"
"아~~ 예~~ 마침 오늘 비번이라~~"
"ㅋㅋㅋㅋ~~"
Everybody's Responsibility is Nobody's Responsibility.
란 말이 있다.
나를 포함한 아파트 주민들을 보면 꼭 맞는 말이다.
그래서 군대있을 때,
연대책임이란 미명하에 빠따 맞을 때 무지하게 불만이 많았었지만~~
그런데~~
경비아저씨야 자기 책임구역이니 그렇다치고
(명백히 자기 책임이다)
달동네 골목길 말끔하게 쓴 양반들껜 뭐라고
멋진 말 끌어다 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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