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산이야기

[스크랩] 겨울산행 정말 조심하세요~~~

언덕위에 서서 2005. 1. 9. 22:16
새해 첫 날~~~~
(2005. 1. 1. 14:00)
치악산 비로봉에 구조하러 갔지요~

비로봉에 착륙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면서
항공기에 달려있는 온도계를 보니 영하 20도입디다.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어 체감 온도는 충분히 영하 30도를
밑돌 것 같더군요~~

50대 부부 중 아저씨한테 하체 마비가 와서 걷지를 못하고 있더군요.
당연하죠~~ 이제까지 아저씨가 술, 담배 더 많이 했을 꺼고,
송년회다 뭐다해서 연말엔 좀 더 집중적으로 마셨을테니~~

새해 맞이하러 산에 올라가 기온 급강하하니 모세혈관의 기능저하로
마나님 앞에서 망신 떨기 십상이죠~~(저를 포함해서)

헬기에 탑승한 후 원주까지 이송하는 동안,
아줌씨는 민망스러워(새해 첫날 119헬기 타는 심정이 어땠겠어요?)
이런 저런 얘길 하는데~~ 아자씬 有口無言 입디다.
그나마 뭉친 근육이 온도가 올라가면서
(항공기 히터를 Maximum으로 틀죠)
쉽게 풀렸으니 다행이죠~~~

1월 4일
설악산 비선대 형제폭포 빙벽타다 떨어진 30대 구조하러갔죠~~
서울 모 산악회 구조대 소속이라는데~~
역시 체감온도는 영하 30도 내외~~

헬기를 빙벽에 바짝 붙여야 부상자를 끌어 올리겠는데
오후 시간대라 서산의 겨울 해가 정면에서 비치니~~~

그늘진 벼랑은 원근이 전혀 구분되지 않아
(한마디로 미칠 지경이죠)
헬기가 계곡을 제대로 돌아가는지, 바위 모서리를 향해 가는지
그저 더듬더듬 ,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구조작업 하는거죠~~

(아마 겨울철 오후 운전하다 서쪽 언덕을 올라가 본 사람은
그런 상황을 짐작 할 수 있을겁니다~~)

골반뼈가 부러졌다고 하대요.

오늘 1월 9일.
홍천군 서석면에서 진부로 넘어가는 국도 중간에 운두령이라고 있어요~~
북동쪽으로는 계방산과 오대산이고
서쪽으론 모래산 지나 태기산으로 이어지죠..

오늘도 출동하며 외기온도를 살펴보니 영하 15도, 바람세기로 보아
체감온도는 역시 영하 30도 내외일 듯하고~~~

1차로 모래산에서 발목 부상이라고 신고한 50대 남자를 구조했는데
대퇴부와 정강이가 완전히 어긋나 있는게 골절이 분명하더군요.
부지런히 홍천 아산병원으로 이송하고 ~~

뒤이어 계방산에
저체온증 남자와 팔목 골절 여자 환자 있다고 해 날아 갔더니~~
남자분의 경우 1월1일 상황과 동일한 저체온 증상이고,
(복장은 제대로 갖추고 있더군요, 아이젠까지)

팔목 골절인 여자분의 경우 운동화에 츄리닝이더군요~~~

계방산이면 고도 5000feet(1500m) 내외인데~~
참말이지 좀 심하다 싶대요.

팔목 골절 부위의 통증이 너무심해
구조대원들이 응급처치도 못하게 비명을 질러대는데~~
부상당한 부분을 잠바로 둘둘 말고 있는 모습이
참말이지 안스럽기만 하더군요.
등산로엔 바람에 날려와 쌓인 눈이 20cm는 넘겠던데~~
그 차림새로 우쩌자고~~~~~

멀쩡한 아줌마(저체온증 남자분의 부인)도
보호자 자격으로 같이 탑승했는데
이 아줌씨도 미안해서 서방님 대신 이런저런 말씀하시다~~
마지막엔 팔목골절 아줌씨한테 한마디 쏴 붙이더라나요~~

"복장 제대로 갖추고 등산하라고~~~~?"
같은 장소에서 헬기를 타고 내려 왔지만 일행은 아닌 듯하구요~~~~
(구조대원이 할 말씀 대신해줘 고맙긴한데~~?)


요즘 왠만한 산 정상의 체감온도는 영하 30도 입니다.
그 온도면 쇠도 잘 부러집니다. 겨울 산행 조심하세요.
넘어지면 부러집니다~~~
부러져도 귀한 대접 못 받습니다.
최소한 2시간은 추위와 싸울 각오를 해야 합니다.
바람 심하면 부러진 다리로 걸어서 하산해야 합니다.

정말로 조심하세요~~ 우리 산방님들~~


출처 : 겨울산행 정말 조심하세요~~~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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