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산에서 죽는 사람들

언덕위에 서서 2008. 10. 26. 09:52
1.
주가, 환율, 날씨~~
올핸 예년과 많이 다르다.
날씨가 달라서 그런가? 내 일도 예년과 많이 다르다.
엊그제 매스컴에 보도됐듯이(매스컴은 우리가 하는 일의 1% 도 보도하지 못하지만~)
올핸 유난히 물에서, 산에서 죽는 이들이 많다.

어제(토요일) 하루 종일 설악산과 춘천을 오가며 최소 6시간은 공중에 떠 있었나 보다.
(통상 비행피로는 차량운전자의 3~4배로 꼽는다. 18~24시간 운전한 정도의 피로라고 보면
큰 과장이 아니다)
그리고 나서도 밤에 무슨일이 있을까 몰라 사무실에서 잔다.
다음 날 9시에 교대하고 나와야 되는데~~~

일요일 아침, 새벽 5시부터 전화가 울린다.
대관령 옛길에, 새벽 2시부터 등반하던(소위 무박산행이다) 일행 중 한사람이
심장 질환으로 호흡이 곤란하단다.

상황실에 지금은 이륙이 불가하다고 통보하니, 왜 이륙이 불가한지 그 이유를 설명하란다.

이럴 때, 미친다.
(참다,참다, 야 이 X할 놈아! 앞이 보여야 비행을 할 것아냐? 전화질 해대는 놈 목숨만 중요하고,
깜깜한 하늘에 떠서 헤맬 구조대원 목숨은 전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야? 개쉐이들~~)

일출시간인 6시경에 부랴부랴 이륙한다.
산악회라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119에 전화해 애걸하고 욕만 해댈 것이 아니라,

출발 전에
갑자기 내려가는 기온과 원거리 이동 시간, 산행 코스의 난이도등을 고려
지병이 있거나 산행능력이 부치는 사람은 과감히 배제하고
최소한 1~2명 심페소생술과 외상 응급처치가 가능한 인원이 동행해야 되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나 이 멀리 강원도 설악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심폐소생술? 관심만 있으면 소방서건, 보건소건, 아니면 병원 복도에 붙혀 놓은
심폐소생술 실시요령 10분만 정독하면 할 수 있다.

By Layer~
심장질환이 발발했을 때, 바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일컷는 말이다.
그 사람들이 적절하게 대응하면, 평생 생명의 은인이 될 수 있는데, 그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것이다.
전화기만 붙들고 안절부절이지~~~

구조대가 홍길동이냐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게~
심장질환 발발하고 5분 이내에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뇌세포가 죽는 뇌사가 진행 되는데~~
그 시간내에 어떻게 2~3시간 걸어 올라간 산 중턱에, 구조대며 헬기가 도착하냐고?
차분하게 정신차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하다못해 심폐소생술 시늉이라도 내 볼 일이지~

그러고는 하는 얘기가 헬기가 늦게와서 사람 죽었다고?
부끄럽지만 이게 우리네 시민의식의 현 수준이고 산악회의 현주소다.
( 내가 10년 이상 겪어본 바로는~)



2.
7시경 현장에 도착하여 요구조자를 인양하니~ 이미 혈압, 맥박이 없다.
최인근 의료시설인 강릉 아산병원으로 이송한다.

밤번 간호사들 숙소로 돌아가며, 이른 아침 병원 주차장에서 소음 일으키는 헬기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래, 우리도 밤새 근무하고 새벽 같이 불려나온 사람들이다.
이빨도 못 닦고~~~~

사망판정이 내려지겠지.

3.
곧바로 전화가 울린다. 설악폭포 위 등산로에 사람이 쓰러져있는데 빨리 가라고~~
일행도 없는 듯한데, 지나는 등산객들이 계속 신고 전화한다고~~

허~~
설악폭포 위 등산로면, 거기가 어딘데~~ 헬기로 공중에서 등산로나 내려다 보인데?
봉정암, 중청처럼 똑 떨어지는 지명이면 , 금방 찾아가겠는데
어쩌란 말이냐? 설악산이 동네 학교 운동장이냐?

중간에 연료보급 하고 설악폭포 인근에 구조대원을 투하한다.
지상구조대가 올라가면 좋겠지만, 밤새도록 설악산 오르내린 대원들 완전히 지쳐
더 이상은 도보 투입이 불가능한 상태란다.(그 사람들도 교대해야지~)

30분쯤 수색을 계속하던 항공구조대원이 요구조자를 발견, 헬기인양이 가능한 지역(2쉼터)으로
옮겨놨다고 알려온다.

오색파크 인근에 대기하다 이륙하여 인양한다. 이미 사후강직 진행 중.


4.
10시가 넘어 집에 도착한다.
초췌한 꼴 보이기 싫어, 사무실에서 열심히 씻고 퇴근하지만
눈가에 쌓인 피로까지 씻어 낼 수는 없는 모양이다.

금방 마눌에게 들통난다. 아침에 시신 2구 인양하고 왔어~~
고백한다.

우울한 일요일 아침이다.

10월이 다 지나도록 계속될 일이고~~

사람들아!
설악산이 어떤 산인데, 그렇게 준비없이 몰려 오느냐?

왜 헬기 부를때마다 그렇게 평소의 지병을 있는대로 나열하며 사람맘을 급하게 하느냐고?

당뇨있고, 심장질환 있으면서 거길 왜 오르느냐고?
집 가까이 있는 산에나 오르지~~~~

사고 발생하면 1~2십분 이내에 도움 받을 수 있는 근거리 산행하라고~~
여러사람 곤란하고, 난처하게 하지 말고.
죽나 안죽나 시험해 보느라고?

산이, 특히 설악산이, 아니 모든 산이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라고~~~
당신이나 나나 체력? 그렇게 자부할 거 없다고.

산에 들 때 제발 겸손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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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 많으셨군요. 인명은 在天인데...... 저도 가끔 구조작업을 나가지만 한심한 생각도 들곤합니다. 어떤 운동이건 무리한것은 자신을 위해서나 타인을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은데도 그것을 모르다니....... 08.09.29 00:11
무식이 죄다라는 말 성경에도 나온답디다. 아프리카의 에이즈 환자가 그 병에 대해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거 죄 맞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알지 못하는 것도 죄일 겁니다. 하느님을 모르는 것이 죄라고 한 말인듯하지만~~ 08.09.29 21:53

먼저 고게속여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잘새겨 듣겠습니다 08.09.29 07:22
모멈생이 이렇게 답변하시면 저는 당황스럽습니다. 성경말씀 전파하듯, 주변에 산에서 안죽는 요령 전파해주십시요. 그게 저를 도와주시는 일입니다. 08.09.30 12:43
그렇잖아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설악산 만큼은... 08.09.29 23:14

저도 이번 설악무박산행하면서 설악은 접으리라 생각합니다.가이드산행을 갔었는데 세상에나 아줌마한명 무릎통증호소하는데 같이간 3명의회원들만 두고 그냥 대구로 차를 출발시키는겁니다........그분들 어찌되었는지 신경쓰이고..저도 이제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넘 수고많으신 비탈길님 고맙습니다....() 08.09.29 11:27
제 투정이 전혀 근거없는 것이 아니지요? 산악회라는 것이 그저 어느날 저녁 버스 함께 탓다는 것외에 전혀 다른 의미가 없는 경우도 많은 것 같더군요. 버스 앞창에 써 붙인 종이 한장의 의미뿐인 걸 많이 봐 왔습니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08.09.29 21:59

지난 여름 비오는 날 북한산을 오르다 노적봉에서 죽은 젊은이를 목격했어요. 구조대원들이 여러명 밧줄을 메고 올라가더니 그토록 험한 산길을 들것에 메고 내려왔지요. 죽은자보다 땀과 비로 흠뻑 젖어있던 구조대원들이 더 안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비탈길님 연약해 보이시던데 어찌이리도 좋은 일을 하시는지요... 08.10.07 05:44
감사드리구요~~ 연약하지는 않은데, 어찌 그리 보셨는가요. 기실 모질고 독한 면이 있는데. 08.10.08 14:05

저도 상태가 안좋아 산행을 접고 있는데,,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몇년 전에 대청봉 바로 아래서 오색까지 70kg이 넘는 아줌마 메고 네려 오느라 초죽음 당한적이 있었답니다,산악회라면 최소한 심폐소생술 ,응급처치 정도는 배워서 운영을 해야 하겠지요,비탈길님 이하 전국 각처에서 인명 구조활동 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림니다, 08.10.11 08:36

감사합니다. 모든 산행객이 다 돌풍님같은 자세로 산에 임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그럼 저는 직업을 잃는 기쁨을 누리겠지요~~ 08.10.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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