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스크랩] 만추(晩秋)~

언덕위에 서서 2014. 1. 6. 17:58

1.

올해도 여지없이  가을앓이 심하게 하다

겨우 벗어낫다

평생을 그래왔던 것인데도, 이 병엔 면역이 생기지 않는 것 같다

참 지겨운 현상이다

 

다른 이들도 이 비슷한 병을 앓으며 살텐데

나만 엄살이 심한가, 다른 이들의 외로움은 쉽게 눈에 띄질 않는다

더러는

복에 겨워, 배부른 소리 지껄인다고 면박이 심한데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쉽게 매도할 일도 아니다

 

사람이 왜 죽는데?

결국은 외로움 때문에 죽은 거 아닌가

 

 

2.

가을이 깊었다

아파트 뜰에도, 도로 양편에도

질펀하게 내려 앉은 만추의 찌꺼기가

이 계절의 끝자락을 강조하며

불쑥, 불쑥 가슴을 헤집고 간다

 

정말이지 나만 이 가을이 힘든 것일까?

왜, 이 가을의 모든 빛깔과 형상이

내겐 불안과 슬픔의 재료가 되는 것일까?

 

 

3.

순대 몇 조각을 앞에 놓고

소주 한병을 깐다

 

서서히, 취해간다

취하니 좋다,

저 붉고, 노란 가을빛이 만만해지는 것도~

 

세상사 별 것 아니라는

터무니 없는 자신감이 되살아나는 것도

 

다~~ 좋다

 

 

 

 

 

 

 

 

 

 

 

 

 

출처 : 설악산을 사랑하는 江原山房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