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답답해서 전화했어~
사무실 밖 잣나무가지를 뒤흔드는 바람소리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다 퇴근한 저녁~
소파에 앉아 다 외운 뉴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발신자를 보니 철원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동기다
국민학교부터 같이 다닌~~
왠 일로?
응, 별일 없지?
늘 염려해 주는 덕분에 매일 매일 그렇게 지내
평소에도 기상이 안 좋거나, 항공기 사고 소식등이 보도되면
안부를 물어오는 친구인지라, 편하게 대꾸를 하는데~~
친구의 음색이 평소와 다르다
왠 일이야? 뭔 일이 있지?
내가 되묻는다
아니, 응~~ 하도 답답해서 전화했어
우리 세대 다 답답하잖아, 툭 털어놔 봐
응~ 나 아무래도 이곳 그만 둬야될 것 같아
뭐라 그래?
직접 대놓고 나가라 소리 안하면 끝까지 버텨 봐,
나도 매일 때려 치우고 싶지만 이렇게 꾸역꾸역 버티고 있잖아
내가 오히려 위로를 한다
응, 그런데 이번엔 심각해, 그만 두라고 대 놓고 말하네
그래~ 그럼 우리 둘 다 때려치우고 같이 뭐 해 볼까?
ㅎ ㅎ~ 뭘 할 건데? 할 게 없어~~
ㅋ~ 사실 그렇지,
우리 나름대론 평생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우리 둘만 그런게 아니라 이 세상 중년남자들 다 그런 상황일거야
어찌되건 간에, 힘 내자구, 죽을 순 없는 거 아냐
그래, 하도 답답해서 전화했어, 너도 힘 내
그래, 전화해줘서 고마워~
요즘 사람들 외로움이,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신문활자가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올 가을은 왜 이렇게 써늘하고 긴 것일까?
코밑에 와 있는 올 겨울도 많이 춥고 길 것 같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