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스크랩] 답답해서 전화했어~

언덕위에 서서 2013. 7. 12. 17:41

 

 

사무실 밖 잣나무가지를 뒤흔드는 바람소리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다 퇴근한 저녁~

 

소파에 앉아  다 외운 뉴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발신자를 보니 철원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동기다

국민학교부터 같이 다닌~~

 

왠 일로?

응, 별일 없지?

늘 염려해 주는 덕분에 매일 매일 그렇게 지내

 

 

평소에도 기상이 안 좋거나, 항공기 사고 소식등이 보도되면

안부를 물어오는 친구인지라, 편하게 대꾸를 하는데~~

친구의 음색이 평소와 다르다

 

왠 일이야? 뭔 일이 있지?

내가 되묻는다

 

아니, 응~~  하도 답답해서 전화했어

우리 세대 다 답답하잖아, 툭 털어놔 봐

 

응~ 나 아무래도 이곳 그만 둬야될 것 같아

뭐라 그래?

직접 대놓고  나가라 소리 안하면 끝까지 버텨 봐,

나도 매일 때려 치우고 싶지만 이렇게 꾸역꾸역 버티고 있잖아

 

내가 오히려 위로를 한다

 

응, 그런데 이번엔 심각해, 그만 두라고 대 놓고 말하네

그래~  그럼 우리 둘 다 때려치우고 같이 뭐 해 볼까?

ㅎ ㅎ~  뭘 할 건데? 할 게 없어~~

ㅋ~  사실 그렇지,

우리 나름대론 평생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우리 둘만 그런게 아니라 이 세상 중년남자들 다 그런 상황일거야

어찌되건 간에, 힘 내자구, 죽을 순 없는 거 아냐

 

그래, 하도 답답해서 전화했어, 너도 힘 내

그래, 전화해줘서 고마워~

 

 

 

요즘 사람들 외로움이,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신문활자가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올 가을은 왜 이렇게  써늘하고 긴 것일까?

코밑에 와 있는 올 겨울도 많이 춥고 길 것 같다는데~~

 

 

 

 

 

 

 

 

 

 

 

 

 

 

 

 

 

 

 

 

 

 

출처 : 설악산을 사랑하는 江原山房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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