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오뎅이라고 하기만 해 봐라~ 국물도 없다
1.
소방서 불끄는 과장 할 때다(2009년)
소방서에서 7~8분 거리에 있는 오뎅공장에 불이 났다
있는대로 쫓아나가 불을 껐다. 다행히 인명피해나 큰 재산피해 없이 잘 껐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방서 코밑에서 불났는데 사람 죽고, 피해 크게나면 이거 영~ 체면이 안선다.
마치 경찰서앞 금은방에 강도 든 경우처럼~~~
불끄느라 그 공장안을 눈밭에 개 뛰듯 돌아치다
불 다 꺼진 다음 연기투시랜턴(엄청 밝다)을 켜고 껌껌한 건물안을 들여다 보니~
가스버너 위에 식용유가 담긴 대형 튀김솥이 있고
증기를 배출하는 관이 솥 바로 위에 설치돼 있는데~
튀김기름이 과열돼 그 배기관에 불이 붙은 것이다
그런데 건물 구조가 이상했다 1층 건물인데, 창문이 하나도 없다
불이 나자 전기 나가고, 대낮인데도 건물안은 완전 암흑속이고
Fan 이 안돌아가니 환기도 전혀 안되는 것이다
그 뻑뻑한 매연과 단백질 타는 역겨운 냄새하며~~~
식품제조업에 문외한인 조종사과장이 현장책임자인 듯한 분에게 말했다
아니~ 이런 건물이 어딨어요? 창문이 있어야 불이 났을 때 환기가 되지요
이건 지하공간과 똑 같아서 소방관들 불끄러 들어갔다가 다 죽겠어요~~
그러자 그 양반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도 답답합니다
그런데~관련법규가 그렇게 돼 있거든요 식품오염방지를 위해서요
소방서에서 건의 좀 해 주세요~~~
2.
얼마 뒤에 그 공장에서 또 불이 났다 이번에도 역시 튀김식용유 과열이다
이번엔 건물구조를 아니 다소 마음의 여유가 생겼지만 부담은 여전하다 소방서 코밑이니~~
대원들이 어렵게 그 창문없는 깜깜한 건물안으로 밀고 들어가 불을 껐다.
불 다 끄고 나서~~
아무래도 이 공장사람들에게 뭔가 경고를 하고 가야할 것 같았다
그게 불이라곤 끌 줄 모르는 조종사과장이 소방관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기앙양책인 것 같기도 했고~~
불 난지 얼마나 됐다고 또 똑 같은 원인으로 불을 냅니까?
한번 불이 났으면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다시 가동해야지 이게 뭡니까?
직할센터장! 소방법으로 이 회사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찾아서 보고해~~~
다음날~
직할센터장(군대로 치면 본부중대장)이 내 방으로 올라왔다
과장님 현행 소방법에는 처벌할 규정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가 명절때면 소방서에 위문도 오고, 회사소속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모범적인 회사입니다
그래요?
그러고 보니, 불끄느라 좌충우돌하는 중에 전기 끊으려 배전반 어디 있느냐고 소리를 지르니
흰 위생모에 앞치마 두른 젊은 여직원이 쏜살같이 앞장서서 안내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얼핏 오너의 친척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3.
2011년 12월~
큰놈이 장애인고용업체에서 2번 짤린 후
(첫번째는 봉제공장이었는데 얘가 하도 말이 많고(맞다)~
심지어 아줌마들한테 성희롱까지해서 더 이상 고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해고 됐다
알고보니 가족이 사장, 부장, 실장 다하는 회사인데 해고 전 날~
이 눈치없는 놈이 실세과장이 시키는 일이 맘에 안든다고 홱 돌아서서 쳐다 보지도 않은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성희롱? 이 아이가 그런거 할 수준되면 축복이고 할렐루야다! 1개월만에 해고~~
두번째 회사도 고용주들의 인적구성이 비슷했는데 역시 비슷한 이유로 2개월만에 해고~~
(이 회사는 해고 후 55일만에, 몇번의 독촉 전화를 하고 나서야 한달 급여 60여만원을 입금했다)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일은 지지리 못하면서 입으론 나불나불 사리가 분명한 소릴해대니
이 애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 ~~
어디서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이 왔어? 소리를 할 수 밖에
엄마,아빠가 이 아이의 현재 장애증상에 대해 사전에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걸 진정으로 이해하기가 불가능하다, 장애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없으니까~
마치 내가 시커무리한 서양사람에게 익숙하지 못한 것처럼
4.
세상 일~ 한 치 앞을 못보는게 인간이지?
다시 장애인 복지공단에서 연락이 오고 이 녀석의 3번째 아니 4번째 취업처~
첫날 아빠차로 데려다 주면서 철저히 교육을 시킨다
절대 말 많이 하지마라
윗분들이 야단치면 뭐라고 대답하라고?
죄송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너 이번에도 짤리면 아마 다시는 취업 못할거야
12번도 넘게 다짐을 하며 녀석이 며칠 전 복지공단 직원과 함께 면접을 치뤘다는
4번째 직장으로 간다
여기예요~~ 뭐? (위에서 말한 그 회사다)
저녁에 퇴근해서 첫날 일한 소감을 물어보니~ 이런저런 얘기 중
여사장님이 하셨다는 말씀~~
오뎅이라고 하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하시더란다
그럼 뭐라고 해야하는데?
어묵이라고 해야지요, 일본에 수출도 한데요
그래? 아빠도 앞으론 어묵이라 해야겠다~~
5.
출근하기 시작하고 며칠 뒤~~
점심시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데
사장님이 보고 한참을 웃으셨단다
더러 사장님이 이 아이와 한 조가 돼서 일을 하는데,
이 녀석이 너무 느려 짝노릇하기 힘든다고 하더란다
혹여~ 불안한 마음에 인사드리러 간 엄마에게~
녀석의 현장 트레이너인 이사께서~
이 아이가 집에 가면 논리정연하게 회사 흉 안보더냐고 물으시더란다
아유~~ 부모인 저희가 제일 염려되는게 회사에서 그럴까봐 입니다~하니
틀린 말 하나도 없던데요 뭐~~이 아이가 지금은 일하는게 느린데
같이 일하는 장애인 팀장도 지금 수준에 오르는데 2년이 걸렸어요
염려 마세요~~~ 며칠 됐다고~~~
엊그제 아빠와 함께 퇴근하며 하는 말
설날~~ 고속도로 휴게소에 보낼 핫바 많이 팔려야 하는데~
수출도 늘어야 하고~~
우리회사가 돈 많이 버는 회사가 아니래요, 재료비가 비싸서~~
누가 그러데? 대리님이요
(ㅋ~~ 얼굴 표정과 고민의 질이 전과 많이 다르다)
7시 넘어 잔업하며 주현미의 러브레터라는 라디오 프로를 듣는 모양인데~~(트로트, 뽕짝이다)
일찍오면 집에서도 그 프로를 튼다
그리곤 흥얼흥얼 노래도 따라하고, 어깨도 들썩들석 한다
너 그렇게 춤추다 사장님한테 들켰니?
네~~~ 신이 나서 대답한다
지난 번 센터장 말이 헛말이 아니구나~ 그리고
먹거리 만드는 사람들 맘이 이래야 하는 거지~~~하는 안도감
더불어~~ 이 녀석! 여기서는 제발 좀 잘했으면,
잘해서 평생직장됐으면~~~~~~~~~~~~~ 하는 바램
이즈음 내 기도의 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