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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東風 부는 날~~

언덕위에 서서 2011. 11. 4. 09:47

1.

 

활주로~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길고 단단한 표면을 가진 띠 모양의 地帶

항공기(비행기+헬리콥터)는 바람을 안고 이륙하고, 바람을 안고 착륙한다.

그래야 조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얕은 물에서 물고기를 쫒으면 열에 아홉은 물의 흐름을 거슬러 상류로 도망가고

새들도 사람이 쫒으면 바람 불어오는 쪽으로 날아오른다 

다 같은 원리다.

 

그러므로 활주로는 년중 바람이 주로 불어오는 방향을 향해 설치된다.

내가 생활하는 곳의 활주로는 동서로 뻗어 있다. 이 동네의 주된 바람은 서풍이기 때문이다.

(아마 1년중 300일 가까이 서풍이 부는 것 같다.)

 

그러니 이 기지에서는 년중 대부분 항공기가  서쪽으로 뜨고 서쪽으로 내린다.

 

2.

며칠 安風이 불더니만 그 안풍 가라 앉기도 전에

오늘은 東風이 분다.

한반도의 특성상 동풍이 불면 이건 대기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뜻한다.

동풍은 서풍에 익숙해 있는 피조물들을 헷갈리게 하는 듯하다.

 

우선, 늘 서쪽으로 이륙해 좌선회하여 착륙하는 이 동네 조종사들 헷갈리게 하고

서풍에 대비해 농사물품을 사려놓은 하우스 농사꾼들 난처하게 한다.

 

심지어 좀 한다는 낚시꾼들은 동풍이 부는 날은 아예 낚시하러 나서지 않는데

입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민물이건 바다건 가리지 않고 (이건 전국적으로 통하는 얘기다)

 

그걸 보면 일일이 찾아내질 못해서 그렇지, 어떤 식으로건 바람의 방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생물이 거의 없을 듯하다

 

3.

동풍 부는 날은 산악사고도 많다.

(등산하는 사람들도 뭔가 영향을 받는게 틀림없다.

바람이건, 기온이건, 또 다른 알지 못하는 무엇 때문이건 간에~~)

 

하늘에 매여 사는 직업이다 보니 바람, 구름, 기온 등에 엄청 민감한데

아침에  풍향지시기가 동쪽을 향하고 있으면 그때부터 속이 불편해진다.

경험 상, 그런 날은 출동도 많고,  비행하기는 엄청 어렵기 때문에~~

( 단순히 바람 방향만 바뀌는게 아니라 곳곳에 난기류가 생겨 헬기가 수시로 요동을 친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당장, 출근도 하기 전에 새벽부터 문자가 온다.

엊저녁 봉정암에 당뇨환자 발생했는데, 기상 가능한 대로 구조가야 한단다

요구조자가 소방청의 고위인사를 들먹이며 까스럼을 피우는 모양이다.

 

(휘유~~그런 인간들 헬기 태워주면 안되는데~~)

당뇨환자가 왜 거기까지 기어 올라갔냔 말이다.

그래 놓고는 온통 119책임인듯 왈왈대는 꼴, 안 봐도 훤하다.

한 두번이냐~~~?

 

기상 파악해 보니, 비오고 안개, 구름 덥혀 있어 오전 내 비행불가다.

 

11시경~

육상 구조대가 올라가 업고 내려 오는 모양이다. 그 사람들은 또 뭔 죄냐?

비와서 미끄러운 바위길 걸어 올라가 그 비위 맞추며  넘의 여자 업고 내려 올려면~~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쉬운 일 아니다.

 

내려오다 수렴동에 있는 환자 1명 추가로 구조했다니

구조대원들은 완전 탈진상태일 것이고, 덜 떨어진 손님들은 입이 한 발은 나왔을 것이지만

그런 광경 다 꿰고 앉아 하루 종일  속 썩는 나도 쉬운 일 아니다.

 

며칠 지나면, 슬그머니  내 뒤통수 치는 말 돌 것 뻔하니~~~ㅋㅋㅋ

 

하여간 東風 부는 날~~~~~~~~~~~~ 어수선하고 마이 힘들다.

 

 

 

 

 

 

 

 

 

출처 : 설악산을 사랑하는 江原山房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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