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Homo-Hundred (100세 인간)
1.
평균연령이 100세에 이를 날이 머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별로 반갑지 않다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아니, 그걸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한다.
" 100수 하십시요~~~"가 어른에 대한 최고의 덕담인 줄 알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기실은 나도 100세 수명이 재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축이다
99-88-124라면 모를까, 주변에 도와주는 손 없으면 내 몸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상태로
하루 하루, 그 날이 그 날 같이 긴긴 시간을 메꿔가는 것을 기뻐할 수 있을까?
노후의 행복과 관련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많다
사회보장 제도가 발달한 외국에서도 노인전용시설에 수용되어 생을 마감하는 비율이
10% 이하 이고~~ 그걸 원하는 사람도 많지 않단다.
어쩔 수 없어서 시설에 들어가고, 자기집이 있다면 끝까지 자신만의 공간에
머물고 싶어한단다.
그럼, 집 한칸 마련해 놓지 못한 이들의 노후는 어쩌지?
2.
엊그제, 테두리가 파란색으로 둘러진 행정봉투를 하나 받았다.
총무과 여직원의 깨알만한 글씨로~~
" 기여금 납부 종료 알림, 김광수 계장님" 으로 적혀있다.
군생활, 공무원 생활 합쳐보니, 8월말로 33년이 꽉찻다는 얘기이다
좋네, 담 달부터 한 40만원 안 떼가겠네~~~
그러고 나자 갑자기 씁쓸해졌다.
이제 갈 때가 됐다는 얘기? 그만 해 먹고 비켜달라는 뜻?
남들은 이 나이면 실,국장 해 먹는데 난 뭐지?
그나마 관두면 긴긴 세월 뭘 해먹고 살지?
혹~~ 그 동안 젖은 낙엽처럼 잘도 버텨왔다는 사실이 부럽다는 얘기?
3.
선친께서 우리 어릴 때~~
나이들면 깊은 산에 들어가서 살겠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내가 그 나이되고 보니, 은퇴하고 산에 가 살고 싶은 사람이 우째 그리 많은지~
나이 들면 복잡하고 머리 아픈 속세를 떠나, 어디 이제와는 다른 세계에서
평온하고 넉넉한 맘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로망인 모양이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그 꿈의 크기와 빛깔이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내 꿈은 이렇다.
저기 지암리에 10년 전에 사 놓은 땅에 황토로 집을 짓는다.
거실에 작은 벽난로는 필수다.
찾아오는 이 없는 긴 겨울밤~ 앞마당에 패 놓은 장작 날라다
벽난로에 넣고 타오르는 불길을 둘이 바라보고 싶기 때문에~
너무 낡지 않은 4륜구동차에 캠핑트레일러를 달고
한반도 곳곳 소문 안나고 아늑한 곳 찾아 맘 내키는대로 머물다
또 그렇게 훌쩍 떠나오고 싶다.
가끔은~
한 달에 200만원이면 가정부, 운전사 딸린 40평 집에서 지낼 수 있다는
필리핀 은퇴이민 프로를 보며 가슴 두근거리기도 한다.
ㅋ~~~
쓰다보니 너무 감상적으로 흘렀다. 더 썼다간
쥐꼬리만한 연금으로 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태클 들어 오겠다.
그 때까지 장가도 못가고 있을 애들은 우짜고~~~
하여간
두 놈 장가들 때까진 정정한 부부의 모습을 유지해야 할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