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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Homo-Hundred (100세 인간)

언덕위에 서서 2011. 8. 19. 17:44

1.

평균연령이 100세에 이를 날이 머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별로 반갑지 않다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아니, 그걸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한다.

 

" 100수 하십시요~~~"가  어른에 대한 최고의 덕담인 줄 알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기실은  나도 100세 수명이 재앙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축이다

 

99-88-124라면 모를까, 주변에 도와주는 손 없으면 내 몸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상태로

하루 하루, 그 날이 그 날 같이 긴긴 시간을 메꿔가는 것을 기뻐할 수 있을까?

 

 노후의 행복과 관련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많다

 

사회보장 제도가 발달한 외국에서도 노인전용시설에 수용되어 생을 마감하는 비율이

10% 이하 이고~~ 그걸 원하는 사람도 많지 않단다.

어쩔 수 없어서 시설에 들어가고, 자기집이 있다면 끝까지 자신만의 공간에

머물고 싶어한단다.

 

그럼, 집 한칸  마련해 놓지 못한 이들의 노후는 어쩌지?

 

2.

엊그제, 테두리가 파란색으로 둘러진 행정봉투를 하나 받았다.

총무과 여직원의 깨알만한 글씨로~~

 

" 기여금 납부 종료 알림,   김광수 계장님" 으로 적혀있다.

 

군생활, 공무원 생활 합쳐보니, 8월말로 33년이 꽉찻다는 얘기이다

좋네,  담 달부터 한 40만원 안 떼가겠네~~~

 

그러고 나자 갑자기 씁쓸해졌다.

 

이제 갈 때가 됐다는 얘기? 그만 해 먹고 비켜달라는 뜻?

남들은 이 나이면 실,국장 해 먹는데 난 뭐지?

그나마 관두면 긴긴 세월 뭘 해먹고 살지?

혹~~ 그 동안 젖은 낙엽처럼 잘도 버텨왔다는 사실이 부럽다는 얘기?

 

3.

선친께서 우리 어릴 때~~

나이들면 깊은 산에 들어가서 살겠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내가 그 나이되고 보니,  은퇴하고 산에 가 살고 싶은 사람이 우째 그리 많은지~

 

나이 들면  복잡하고 머리 아픈 속세를 떠나, 어디 이제와는 다른 세계에서 

평온하고 넉넉한 맘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로망인 모양이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그 꿈의 크기와 빛깔이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내 꿈은 이렇다.

 

저기 지암리에 10년 전에 사 놓은 땅에 황토로 집을 짓는다.

거실에 작은 벽난로는 필수다.

찾아오는 이 없는 긴 겨울밤~ 앞마당에 패 놓은 장작 날라다  

벽난로에 넣고 타오르는 불길을 둘이 바라보고 싶기 때문에~

 

너무 낡지 않은 4륜구동차에 캠핑트레일러를 달고

한반도 곳곳 소문 안나고 아늑한 곳 찾아 맘 내키는대로 머물다

또 그렇게 훌쩍 떠나오고 싶다.

 

가끔은~

한 달에 200만원이면 가정부, 운전사 딸린 40평 집에서 지낼 수 있다는

필리핀 은퇴이민 프로를 보며 가슴 두근거리기도 한다.

 

ㅋ~~~

쓰다보니 너무 감상적으로 흘렀다.  더 썼다간

쥐꼬리만한 연금으로 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태클 들어 오겠다.

그 때까지 장가도 못가고 있을 애들은 우짜고~~~

 

하여간

두 놈 장가들 때까진 정정한 부부의 모습을 유지해야 할낀데~~~?

 

 

 

 

 

 

 

 

 

 

 

 

 

 

 

 

 

 

 

 

 

 

 

 

 

 

 

 

 

출처 : 설악산을 사랑하는 江原山房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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