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스크랩] 개와 고양이~

언덕위에 서서 2011. 8. 19. 17:43

1.

큰 놈은 고양이(러시안 불루)를 키우고, 둘째는 원주에서 강아지(미니어쳐 핀쉘)를 키우는데

둘째가 방학이라 춘천집에서 같이 살게 됐다.

 

졸지에 자기 영역을 침범 당한 고양이가 며칠 텃세를 부리더니

이젠 그도 익숙해졌는지 그런대로 더불어 살고 있다.

낮시간 동안 두 놈만 집에 남아  있어도 별 일 없이 지내는 걸 보니~

 

개와 고양이를 함께 놓고 보니 그 특성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데

개는 늘 사람곁에 와서 애교부리고 안기고 사람 눈치를 잘 살펴

하루에도 몇 번씩 웃게 만드는 반면~~

고양이는 제가 필요할 때만 사람에게 곁을 준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문간에서 사람을 맞는 것도 개고

아침에 침실에서 나오면 밤사이 사람 못 본 걸 아쉬워 하듯

꼬리를 흔들며 뒹구는 것도 개다.

 

고양이도  혼자 있을 땐 문간에 마중 나오고, 아침엔 사람한테 제 몸을 비비곤 했었는데

개가 오고 나서는 저쪽에서 애교떠는 개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다.

마치, " 쟤 왜 저래?" 하는 표정으로~

 

2.

개 이름이 '탄 감자' 다. 새카만 몸색에 주둥이, 가슴팍 부분만 노란색이라

둘째놈이 붙힌 이름이다.

 

1년쯤 전이 감자를 동물 보호소에서 데려 왔는데

하는 짓 보니,  전에 워낙 귀하게 대접 받으며 자란 모양이다.

 

우선  맨 바닥에 앉기를 싫어한다.

소파나 방석 위, 하다 못해 신문지 위에라도 앉지 맨땅(?)엔 엉덩이를 대지 않으려 한다.

대소변도 강아지용 패드를 깔아줘야 겨우 그 위에서 일을 본다.

 

그런 놈을 추운 겨울, Cage안에 내버려뒀으니,

개 떨듯 떨고 있는 건 물론  곰팡이균에 감염되어 아직도 매일 약을 먹고 있다.

애 하나 더 키우는 꼴이다.

 

반면 고양이 (이름이 '네코' 다, 일본어 좋아하는 큰 놈이 "고양이'의 일본식 발음을 이름으로 쓴다.)는

제 스스로  몸 관리하고, 용변처리도 깔끔하게 한다.

 

 

3.

가만 보니~

짐승들이 주인들의 생활패턴에  맞춰진 것 같다..

 

개가 둘째놈  침대속에서 자는 날은~ 한 낮이 되어 주인이 일어나야

겨우 함께 밖으로 나온다.

엄마가 속 터져 둘째 깨우려 들면 개가 못 깨우게 한다.

같이 게을러진 것이다.

도대체 이러고도 개라고 할 수 있는거야? 싶다.

 

더 심각한 것은

둘째가 친구 만나러 간다고 2~3일 집을 비우면

그 몫이 형한테 자연스레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큰 놈은 동생이 제 할 일을 안한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개 뒷바라지를 한다.

'형만한 아우 없다~'는 얘기가 실증되는 순간이다.

 

4.

3년쯤 전~

엄마, 아빠 출근하고 나면 큰 놈이 늘 집에 혼자있는게 안쓰러워

고양이를 데려왔고~~

 

게을러 빠진 둘째놈~ 아침,저녁 산책시키며 부지런해지라고

개를 데려 왔는데~~

이게 언제부턴가 형, 엄마, 아빠 순으로 임무가 전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놈 게으름은 개한테까지 옮겨 붙었고~~

 

이 놈~~

내년에 군대가겠다고 신검일자 신청하던데

잘못하면 남은 가족이 완전 덤터기 쓰게 생겼다.

그 전에 뭔가 묘책을 찾아내야 하는데~~~?

 

비 많고, 끈끈한 이 여름~~까딱 짜증나기 쉽지만서도

 

모처럼~

4식구 한자리에 모이고, 개, 고양이가 가세하니 

그간 썰렁했던 집안에 활기가 넘치는 듯해 마음 한켠이 푸근해진다.

 

해서 오늘은 모처럼~

아빠가 개 아침을 챙겨준다.

 

 

 

 

 

 

 

출처 : 설악산을 사랑하는 江原山房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