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그게 그랬었군요?

언덕위에 서서 2011. 5. 27. 17:06

1.

퇴근해 YTN을 트니

서울 모 초등학교(술 깨고 뉴스 다시 들어 보니 D외고네요) 교장이 학생 부정입학시키고,

부모들 한테 돈 받았는데~~~

그 돈을 지가 안쓰고, 학교 발전 위해 썼기 때문에 무죄라는 대법원 판례 보도하고

뒤이어,  참교육 학부모회(?) 소속 엄마의 항변~~

 

그럼 돈 내고 애 원하는 학교에 집어 넣어도 무죄란 얘긴가요?

( 기여금 입학제 하고 비슷하게 들린다.)

 

언제나 처럼 내가 취해 있기 때문에~ 위의 4문장이 100% 정확하지는 않다(안다?, 맞춤법도 정확하지 않다) 

 

2.

내는 본래 75학번이다.

근데 고등학교 때 등록금( 고등학교때는 등록금이 아니고 월사금? 월납금? 뭐~ 그 비슷했는데~~?)을 못내~~

고등학교 4년 다니고 76학번이 됐다. 

 

중학교 졸업하고 ㅇ고등학교 갔는데~

고교 입학 후, 등록금을  한번도 안 내니까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보는 중에 서무실 직원이 불렀다.

니네~~ 성적처리 안되니까, 시험보지 말고 밀린 등록금 구해 오라고~~~

시험 못보게 했다.

 

두놈 ( 나하고  동기인 지금은 神父인 K)이 시험보다 쫒겨났다.

 

너, 어디 갈데 있어? (등록금  얘기하러 갈 데 있냐고?)

없어~~ 너는?

나도 갈데 다 가봤어~~ 더는 없어,

그래~~~?

너한테 얼마 있니?

20원(금액은 정확하지 않다), 너는?

30원~~~

잘됐네~~~ 찐빵 사가지고 시공관에 가서

안인숙인가가 주연인 학생관람 불가 영화

" 어제 내린 비" 나 보며 시간 죽이자~~~

 

막장에 몰린 두놈의 통쾌한 일탈이었다.

"어제 내린 비"의  주제곡은 지금도 부를 수 있다. 윤형주씨 였지?

 

3.

결국 둘다 등록금 못내 짤렸고~

내는 강릉에 있는 두부공장에 취직해서 6개월쯤 후 두부 기술자가 되었다. 

K는 당시 성당에 열심이었던지라  대부분의 시간을  성당에서 지내며 틈틈히 공부를 하고 있었더랬다.

 

얼마 후~~

중학교 은사께서 부르신다고~~ k로 부터 연락이 왔다.

K와 나는 중학교 1년 후배들과 함께 새로 생긴 ㅈ고등학교 1회로 졸업했다.

 

대학~~~

가야지~~~ 어느 대학?

그 나이에 돈없는 설움을 그렇게 당한 아이들이 어떻게 모험을 해?

나는 사관학교, 걔는 신학대학 (돈 안드는 데~~) 갔다.

 

4.

그러기 전에~~~ㅇ고를 자퇴해야 했었다.

 자퇴할 때 담임이 (별명이 "뺑ㅇㅇ"였었는데~~ 자퇴원서 받으러 우리집까지 찾아왔었다.

학기중엔 가정방문 한 번도 안 한 분인데~~~)

 

우리집에 와서 자퇴원서에 도장 찍으란다. 안찍으면 퇴학 당하는데~~

그러면 복학할 수 없다는 친절한 설명을 하러~그러니 꼭 도장 찍으라고~~

눈물을 철철 흘리며 지장을 찍었다.

 

(나 때문에 이 더운 여름날 셋방 우리집을 찾아주신 담임께 감사하며~~

한 번만 더 생각해 봤으면, 조금만 더 세상을 알았더라면~~지가 아쉬우니 내 도장받으러 왔다는 걸

명명백백하게 알 수 있었을텐데~~ 그땐 그저 고맙고 황송하기만 했다.) 

 

그렇게 순진했다.

자퇴라는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으니~~아니 그 양반 얼마나 SSk 인지 몰랐으니~~

 

6개월쯤 지나~~~

그 K (지도 나하고 똑같은 절차를 거쳐 자퇴했다)에게서 연락이 왔다.

중학교 은사께서 우리 둘 부른다고~~~

 

1년 지나 ㅈ고등학교가 생겼으니~

ㅈ중학교 출신 두 놈(공부는 좀 했다, 둘 다) 짤린거 아신 은사께서~~~

그 학교가서 전학증만 띠어 오라고~~

그럼 니네 후배들하고, 같이 공부하게 해 주겠다고~~~

 

5.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다.

전학증 띠러 갔다. 1년전 담임한테 갔다. (잘은 모르는데, 우리한테~뭔가 정당하지 못했던 것 갔다.) 

뺑ㅇㅇ 왈~~

 

복학하러 왔어? 니네 자리 없는데? (냉냉하기가 헌책방 주인하고 똑 같다. 헌 참고서  사러 온 애들 등쳐먹던~~)

네~~사실은, ㅈ고로 전학하려고~~~

그래?  잘됐네~~ 서무실에 가봐~~~

순간 엄청 상냥해 지셨다.

 

일사천리로 전학증 띠어줘서 가슴을 쓸어 내리며, ㅈ고로 전학했다.

뺑ㅇㅇ도 해피, 우리도 해피~~

 

나는 밀린 등록금 내야 전학증 준다고 할까 봐 조마조마하다 공짜로 띠어 주니~ 

뺑ㅇㅇ는 내가 끝까지 복학한다고 할까 봐 걱정했는데, 전학간다니~~~~~

 

서로 눈치 보다~~ EveryBody Happy, Happy End.

 

6.

나중에 전해 들은 얘기   2가지~~

 

J라는 중학교 동기가 있었다.

공부는 별로 잘하지 못했는데, 그 부모님이 우리 부모님과 달리 능력있는 분들이셨다.

중학교 때, 학교에 자주 오셨었던 것으로 봐서~~

 

그 J가~~~

내 자리 차지하고 들어 오면서, 낡은  철제 교문 새로 바꿔 달고 들어 왔다는 소문~~ 

지금은 신부인 K자리에 들어 온 친구는 음악실에 새 Piano 한대 사 놓고 들어 왔다는 후문. ㅋㅋ

 

73년도 얘기요~~ 아무도 말할 처지가 못 됐어요.

2011년도인 지금도  합법이라는데~~~~ 

 

한가지 더

그 뺑선생이 ( 그때는 담임들이 노골적으로 밀린 등록금 받아내라고 압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종례 시간에~~~ 가슴 설레는 얘길하는 것이다.

그 양반 논도 많고 돈도 많았다. 실력은 아니었지만~~

 

그 담임이 종례 시간에 애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했다.

 

" 돈 필요하냐? 나한테 개인적으로 얘기해라~

  얼마든지 빌려 주마~~ 어떻게 받느냐고,

  나중에 쌀로 받겠다~~ 인플레 감안해서~

(촌놈이었다. 논에서 일만하니 학기내내 얼굴이 새카맸다.

그래서 쌀로 받겠다 했을 것이다.)

 

복음이었다.

 

둘이서 종례 즉시 찾아갔다. 이 양반 종례 때하고 다른 얘기하네?

 

"미성년자하고 어떻게 돈 얘기하냐?

 부모님 모셔와~~~" 

 

안 모셔 갔다. 내 부모님 평생  한번도 학교 안 오신 분들이다.

선생님하고 돈 얘기하다간 숨 넘어 갈 분들이시다~~

 

나중에 그 선생이 우리집에 왔었다. 자퇴원서 받으러~~~ 

 

그리고 긴 세월이 흐르고 난 후,  난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다, 그땐 죽을 것 같았는데~~

그 친구도 단양에선가, 신부노릇 잘하고 있다.

 

가만~~ 내가 뭔 얘기하는 거야? 술 잔뜩 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