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위에 서서 2011. 3. 1. 12:45

1.

소양초교 체육관에 있는 배드민턴 클럽에서 저녁운동 끝내고

우두동 하이로우 마트 앞 순대집으로 갔다.

전에 얘기했던, 기본 포장 가격 2,000원인데 쟀다라 빠진 내가 가면 

허파, 내장 위주로 1,000원 어치도 기분 좋게 포장해 주는~

순대집 아줌마~~~( 사실은 내보다 어려 보이니,  여동생쯤으로 표현하는게 맞겠다만)  

 

평소보다 조금 일찍(9:30PM) 도착했는데 벌써 파장 분위기다.

서방님이 도마랑 싱크대 주변 닦고 있다.

부시럭~ 지갑을 꺼내들고 창가로 다가간다.

서방님이 " 여보 손님~~"하며 뒤로 물러선다.

(아~~ 혹 나도 저런 처지가 되면 어쩌나?) 하며

최대한 상쾌한 표정으로 다가간다.

 

안사장님~~~ 정말 죄송스런 표정을 지으며

( 그 양반 내가 1,000원 짜리 손님이란 거 기억하고 있다.)

" 어떡하죠? 구제역 때문에 내장이 없어요. 순대는 안드시잖아요?"

" 아우~~~~~~~~~~~"

 

2.

세상이 이렇게 좁아졌구나~

구제역이 ( 공기로도 전염 된다며? 그걸 엄동설한에 차에다만  약 뿌려댔으니

잡을 수 있었겠냐고?)

이렇게 나의 일상까지  제한할 수 있구나~~

낮에 " 해장국에 내장이 없다~"는 인터넷 기사제목을 그냥 지나쳤더니~~

이렇게 됐구나~~

 

네~~ 그럼 오뎅 주세요.

한 꼬치에 500원 인데요.

2,000원 어치 주세요. 그래야 소주 한 병 마시지요. 

네~~ 감사합니다. 내장은 한 동안 안 올 것 같아요.

정중하고 열정적이다. 천원 단골한테~~~

저래야 하는 모양이구나~~~

 

 

그 오뎅을 받아들고 돌아오면서

문득, 뫼사랑 생각이 난다.

제대한 후 나보다 1000 배쯤 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기 사업 멋지게 꾸려가고 있는  후배~~~

거기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인데~~~~ 어쩌려나?

 

3.

내도~~

한 2~3년 후면 이 자리 물려주고 떠나야 할텐데

어쩌지?

순대집 사장님만큼 상냥한 미소지을 자신도 없고~

뫼사랑처럼 구수한 경상도 억양으로

때려 쥑이고 싶은 손님, 겉으로는 기분 좋게 배웅할 훈련도 안돼 있는데~~~ 

 

어쩌지?

 

한 병 더 마시며 궁리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