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노릇하려니 수염이 갈구친다고!~
1.
항공대로 돌아온지 3주차다.
20개월 떠나 있는 동안 사람도 바뀌고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는데
더러는 맘에 들고, 더러는 영 맘에 들지 않는 면도 있다.
당장 견디기 어려운 게 식당 아줌마의 부재다.
그 기간에 어떤 연고로 아줌마를 내 보내고 기지내 장교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다들 큰 불편이 없는 모양인데, 내겐 이게 문제다.
장교식당이라는게 앞쪽에 원탁이 있어 지휘관 , 주요 참모들이 계급순서로 정해진 자리에 앉게 되어있고
그 앞에 일반석이 있어 식판에 밥 받아다 앉는 구조인데~
먼저 소방대장 하던 친구야 사병출신이니, 장교식당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보상이 되어
이런 저런 분위기 못 느끼고 잘 먹었던 모양인데
10여년 후배가 대대장이라고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고
늙수구래한 소방대장이 줄서서 밥 받아다 먹으려니, 이게 영 아니다.
97년도. 그 식당 헤드테이블에서 차려놓은 밥 먹을 땐 몰랐는데
손님 신분으로 아래 테이블에서 밥 먹으려니 모래 씹는 맛이 되는 것이다.
아마 그 테이블에 앉아있는 친구들도 어색하긴 매 일반일 것이다.
2.
며칠 고민하다, 도시락을 싸가기로 했다.
도시락 싸는 일도 쉬운 일 아니고, 혼자 남아 그 밥을 먹는 꼴도 못 봐줄 청승이지만
어쩌랴? 혼자 밖에 나가 사 먹을 수도 없는 거고,
아침 안 먹는 놈이 점심까지 굶을 수도 없는 일이니~~~~~~~~~~~~~
그렇게 이틀을 도시락을 먹었다.
오늘 아침.
엊 저녁 술 탓에 늦게 잠이 깼다.
" 어이쿠~~ 도시락 싸야지. "
가만~~ 식탁쪽을 보니 먼저 일어난 큰 놈이
벌써 지 아침 챙겨 먹고, 보온 도시락에 밥을 푸고 있다.
" 아빠 도시락 싸는 거니?"
" 네~~~~"
대답이 공손하다.
" 아이구, 우리 효자 아들 좀 봐라~~"
공치사가 이어진다.
부지런히 지 가방 챙겨 메고, 자전거 끌고 나선다.
" 그럼, 먼저 갈께요~~~"
" 그래, 그래~~ 잘 다녀와라"
" 오늘이 금요일이니, 저녁에 엄마 오시면 맛있는 거 사다 먹자~~~"
도시락 땜에 아빠가 오늘 감동 먹었다.
3.
아침부터 날이 찐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거슬리는 꼴이 한 둘이 아니지만~
지긋이 눌러 버리고,
" 후덥지근하니, 에어컨 켜지~~
한 마디 하고 만다.
내 부재중에 그나마 있던 알량한 대장실도 헐어 버려
온 종일 칸막이 사이에 두고 서로 얼굴 맞대고 있으려니
피차에 죽을 맛이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간다.
아침에 아들이 싸준 도시락 들고 온 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