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1.
오늘 송별회식이 있어 차를 두고 출근하기로 한다.
사람이 게으른 생물이라, 25분 걸으면 되는 거리를 한사코 차를 타고 다니게 된다.
10분만 일찍 나오면 되는데~~
단지내 도로를 횡단하려는데, 검정 스타랙스가 염치없이 밀고 들어온다.
"나쁜 X, 차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지?" 아파트 구내에서도 이러니~~
버스길 지나 옆 아파트 단지내로 들어선다.
이 아파트 단지에는 산수유 나무가 있어 이른 봄 출근길을 노랗게 밝혀 주더만
이제는 다들 짙은 녹색이라 어느게 산수유인지 모르겠다.
아~~ 줄기에 껍질이 너덜너덜 붙어 있는게 산수유라 했던가?
그 아파트 벗어나면 소양 1교다.
요즘 날씨도 좋고 물빛도 푸르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얼핏 잉어떼가 몰려 다니는 듯하다.
고개를 드니, 햇빛가리개 달린 모자, 코 벌렁거리는 마스크에,
선글라스, 토시, 손가락 장갑까지 완전무장한 낚시꾼이
수면을 내려다 보고 있다.
잉어떼 보이면 갈코리를 던져 낚아채는 소위 훌치기 낚시꾼이다.
나도 낚시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저건 아니다 싶은데~~
하여간 부지런하다. 남 출근시간에 저렇게 중무장을 하고 나와있는 걸 보니~~
아마 날이 밝자마자 쫒아 나오려고, 간밤에 가슴 두근두근했을 것이다.
.
2.
그렇게 다리를 건너며 마주오는 차안의 운전자도 살펴본다.
뚱~한 표정, 전화거는 사람, 깔끔하게 화장한 얼굴~~
헌데, 오늘 따라 화장기 없고 머리 부시시한 얼굴이 자주 눈에 띈다?
ㅋㅋ 애들 학교 데려다 주고 오나 보다.
다리 건너면 이제부터 왼쪽은 소양강 줄기고 오른쪽은 봉의산을 에둘러 가는 길이다.
차들이 부지런히 달려간다.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살아내겠다는 각오로~
정문 바로 옆 배부함에서 부동산 정보지 한 부 꺼내 들고 소방서로 들어선다.
춘천 아파트 값은 어떻게 돼가나~~ 확인해 보려고.
" 구급출동, 구급출동~~" 방송이 들리고
이어, 구급차가 앵~~~ 쫒아 나간다. 그래, 이게 내 일터로구나.
밤새 근무하고 교대 직전 쫒아 나가는 심정은 또 어떨꼬?
얼른 끝내고 교대하소~~
3.
사무실로 들어온다. 고거 걸었다고 등판이 끈적하다.
상쾌하기도 하고~~~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간밤에 벌어진 보고서를 읽는다.
업무관련 메일과 싸이트도 몇군데 체크하고~~
그 다음 강원 산방을 연다.
여전히 " 훼~~~ㅇ" 하다.
다녀간 사람 살펴보니 오랫만에 꺽정님 부부 닉이 보이고~~
"대~~~한민국" 메모 보이고 끝이다.
에고, 오늘, 내일 연 이틀 회식이니~~
머리 맑을 때, 출근하며 본 것들이라도 써서 올려야 겠다.
한 여름에 고드름 열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