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섭섭하다.
1.
5월이 간다. 계절의 여왕임이 분명하지만~~
산불이다, 천암함 사태다, 석가탄신일이다 해서, 매일매일이 번잡하고 힘에 겨웠다.
게다가 온 길거리를 뒤 덮은 선거용 천쪼가리, 매스컴, 집전화, 휴대전화까지 총 동원된 선거 광풍.
( 휴대폰 번호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수없이 울리는 선거홍보 문자 중엔
"김00님 당신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기호0번 아무개에게 투표해주세요~"라고
내 이름을 콕 찍어서 보내는 문자도 있다.)
그도 내일이면 정리가 되리라.
그렇게 또 세상이 변해가는 것이지.
2.
군 생활 막바지에 즈음하여~
본래 주변머리없는 주제라 진급이 늦어, 동기생을 지휘관으로 맞게 되었다.
참 불편한 처지가 되었다.
됨됨이가 괜찮은 친구라 부하인 동기생에 대한 배려가 컷지만~
그게 또 다른 부담이 되어, 늘 맘이 편치 않았다.
반면, 내도 인간인지라~
맘 깊은 곳에는 지휘관인 동기생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었는데
당번병에게 " 8시까지 숙소로 차 나오라 그래." 라거나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휴지가 깔린 지휘관용 재떨이~
출퇴근 시간에 참모들이 영접하고 배웅하는 모습 등이었다.
(물론, 지휘관으로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모습이 안스럽기도 했지만~~)
3.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 세월의 위력은 역시 대단하다.
그렇게 부러웠던 동기들 대부분 전역하여, 더러는 자연인으로
더러는 또 다른 Job을 찾아 흩어졌다.
군 생활 때와는 전혀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시기인 것이다.
내는 기중 운이 좋은 편에 속해,
취업이 확정된 상태에서 전역지원서를 냈고
이적 새 직업을 유지하고 있다.
또, 아직 "차 보내 주시요~" 소리를 할 형편은 못되지만
매일 아침 사무실에 놓여있는 재떨이에 하얀 휴지를 갈아주기도 하고
아침 인사하러 사무실문을 두드리는 직원들도 있다.
고기 먹기가 부담되어, 횟집에서 식사하자는 단 한번의 내 제안에
그 후론 내리 횟집으로 몰려가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4.
이 자리도 사놓은 자리가 아니니
조만간 뉘게 물려 주고 떠나야 하는게 인생사이지만~
감사할 것이, 이 나이 되도록 자리 유지할 수 있었던 것과
그 자리에 있는 동안 그래도 주위에서 따뜻한 말 건네는 사람 많았다는 것.
나로 인해 불편해 하는 사람, 많지 않았다는 것 등이다.
6월이 시작된다.
새로운 마음으로 또 시작해야지.
선거 끝나면,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벼 심고, 장사하고, 사랑하게 되겠지.
출,퇴근 때마다 내게 있는 대로 절을 하고 손을 흔들어 대던
그 환대(?)야 더 이상 못보게 될 터이지만~
그래서 시원하기도, 일말 섭섭하기도 하지만.
이 6월도 오로지 나의 삶이 아닌가?
열심히 살아야지, 신발끈 꽉 조여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