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시원섭섭하다.

언덕위에 서서 2010. 7. 30. 12:40

1.

5월이 간다. 계절의 여왕임이 분명하지만~~

산불이다, 천암함 사태다, 석가탄신일이다 해서, 매일매일이 번잡하고 힘에 겨웠다.

게다가 온 길거리를 뒤 덮은 선거용 천쪼가리,  매스컴, 집전화, 휴대전화까지 총 동원된 선거 광풍.

( 휴대폰 번호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수없이 울리는 선거홍보 문자 중엔

"김00님 당신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기호0번 아무개에게 투표해주세요~"라고

내 이름을 콕 찍어서 보내는 문자도 있다.)

 

그도 내일이면 정리가 되리라.

그렇게 또 세상이 변해가는 것이지.

 

 2.

군 생활 막바지에 즈음하여~

본래 주변머리없는 주제라 진급이 늦어, 동기생을 지휘관으로 맞게 되었다.

참 불편한 처지가 되었다.

됨됨이가 괜찮은 친구라 부하인 동기생에 대한  배려가 컷지만~

그게 또 다른 부담이 되어, 늘 맘이 편치 않았다.

반면, 내도 인간인지라~

맘 깊은 곳에는 지휘관인 동기생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었는데

 

당번병에게 " 8시까지 숙소로 차 나오라 그래." 라거나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휴지가 깔린  지휘관용 재떨이~

출퇴근 시간에 참모들이 영접하고 배웅하는 모습 등이었다.

(물론, 지휘관으로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모습이 안스럽기도 했지만~~)

 

3.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 세월의 위력은 역시 대단하다.

그렇게 부러웠던 동기들 대부분 전역하여, 더러는 자연인으로

더러는 또 다른 Job을 찾아 흩어졌다.

군 생활 때와는 전혀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시기인 것이다.

 

내는 기중 운이 좋은 편에 속해,

취업이 확정된 상태에서 전역지원서를 냈고

이적 새 직업을 유지하고 있다.

 

또, 아직 "차 보내 주시요~" 소리를 할 형편은 못되지만

매일 아침 사무실에 놓여있는 재떨이에 하얀 휴지를 갈아주기도 하고

아침 인사하러 사무실문을 두드리는 직원들도 있다. 

 

고기 먹기가 부담되어, 횟집에서 식사하자는 단 한번의 내 제안에

그 후론 내리 횟집으로 몰려가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4.

이 자리도 사놓은 자리가 아니니

조만간 뉘게 물려 주고 떠나야 하는게 인생사이지만~

 

감사할 것이, 이 나이 되도록 자리 유지할 수 있었던 것과

그 자리에 있는 동안 그래도 주위에서 따뜻한 말 건네는 사람 많았다는 것.

나로 인해 불편해 하는 사람, 많지 않았다는 것 등이다.

 

6월이 시작된다.

새로운 마음으로 또 시작해야지.

선거 끝나면,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벼 심고, 장사하고, 사랑하게 되겠지.

출,퇴근 때마다 내게 있는 대로 절을 하고 손을 흔들어 대던

그 환대(?)야 더 이상 못보게 될 터이지만~

 

그래서 시원하기도, 일말 섭섭하기도 하지만.

이 6월도 오로지 나의 삶이 아닌가?

열심히 살아야지, 신발끈 꽉 조여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