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위에 서서 2010. 7. 30. 12:29

1.

지난 금요일.

둘째 놈 고교 졸업식이다.

 

대전에서 10시라니, 아침 일찍 일어나 면도하고  아껴 두었던 모직 양복을 꺼낸다.

3년 동안 부모곁 떠나 살며, 이런 저런 맘 고생했을 놈에 대한 예의다.

 

아뿔싸~~~

바지 단추가 안채워진다. 한 2인치는 모자란다.

(전 날 한 번 입어 보는 건데~)

망설이다. 벨트를 꽉 조이고 나선다.

어떻게든 하루야 버티겠지.

 

운전하고 내려가는 동안, 그리고 식장에 앉아있는 내내

꽉 조이는 벨트 때문에 아랫 배가 편치 않다.

(벨트를 늘리면 지퍼가 내려올 판이니, 어쩔 것인가?)

 

겨우겨우 식을 마치고 나서

그간 둘째, 먹이고, 재워 준 처제네 식구들과 점심식사~~

음식이 들어가니 더 더욱 힘들다.

 

춘천 가자마자 허리춤 늘려야지~~~

복근운동도 열심히 하고, 음식도 줄이고.

열 번도 더 다짐을 한다.

 

2.

다음 날

바지 늘리고, 그 간 미뤄오던 세차, 대청소 하며

이런 저런 일로 몸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제일 먼저 찌는 곳이 제일 나중 빠진다던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음주 습관이라던데, 어쩌나?

안 마실 수 있으려나?

 

바지 늘려 온 것 입어 보니, 배도 편하고 아직 몸매도 크게 표 안나는 듯하다.

이 나이에 이 정도는 괜찮은 것 아닌가?

슬그머니  약해지는 결심. 

 

저녁 때.

모처럼 네 식구 다 모인 기념으로

뒷베란다에 사다 놓은 국순당 막걸리 한잔하자~~

딱~~ 한잔씩만

(그게 되나? 두 당 한병씩으로 끝났지. 둘째 놈 포함해서~~)

 

3.

월요일 아침.

걸어서 출근할 요량으로, 장갑에, 귀마개로 무장하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선다.

 

소양1교를 건너며 수면을 내려다 보니,

며칠 전까지 수면을 덥고 있던 얼음이 다 녹고 물색도 변했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자맥질하는 청둥오리도  눈에 띈다.

 

봄 기운이 벌써 예까지 온건가?

 

사무실에 도착, 주간계획서를 보니

오늘, 내일 회식~~ 모래는 중식 모임, 목요일은 속초 출장.

 

우와~~~

혹 누가 내 다이어트 결심 눈치 챘나?

 

회식자리에서, 께작 거리며 앉아 있을 수도 없고,

늘어난 내 뱃살은 우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