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
출근하면 지난밤의 상황보고서부터 읽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도 사망사고에 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는다.
다행히 사망사고란 흔치 않은 일이라,
아침부터 기분이 우울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 다음, 보고서 뒷부분에 첨부된 매스컴 요약 분을 읽는다.
이 부분도 강원도내, 또는 전국 규모의 화재, 사고 또는
공무원 관련 비리나 뭐 그런 내용이다.
이 후, 아침 회의를 전후하여 지방지 2개와 중앙지 1개를 읽는다.
(출근 전, 집에서 경제지, 중앙지 2부를 읽고 출근하니 총 5부가 되나 보다.)
지방지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강원도 이 동네, 저 골목에서 생긴,
소소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건사고들을 알뜰히 챙겨 보도하기 때문이고,
더러 “이것 봐라! 이 동네 유심히 살펴봐야겠구나!” 하는 소식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그 신문을 챙겨, 앞방의 직원들 테이블에 가져다 놓는다.
과에 오는 신문이 그게 다라, 내가 움켜쥐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못 보니~~
2.
작년 12월,
이곳에 내려오고 나서부터 신문을 앞방에 가져다 놓기 시작했는데.
그 전에는 신문이 하루 종일 과장 방에 놓여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나도 그렇지만, 한창 바쁠 땐, 신문 3부 다 훑어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어떤 날은 임자 못 만난 신문이 하루 종일 과장 방에 그저 놓여 있기만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읽히지 못한 채로.
내가 또 한 성깔있는 사람이라, 앞서 읽은 사람이 페이지를 섞어 놓는다거나,
중간 쪽이 삐죽이 나와 있으면 신문을 잘 안 읽는다.
신문이 아니라 구문이 된 것 같아서~
그래서 읽고난 신문은 잘 간추려, 가능한 한 처음 배달됐을 때처럼
사려서 갖다 놓는다.
꾸겨진 채 갖다 놓으면 배려가 아니라 폐지 처리로 오해 할 테니~
며칠 전, 옆 과장을 보니, 이 양반도 신문을 챙겨 자기 과 직원들 방으로 간다.
이거 제대로 돼 가는 거 맞지?.ㅎㅎ
3.
토요일 신문을 못 읽으니, 월요일에 읽게 챙겨 놓으라고 부탁했는데.
기분 좋으면 갖다 놓고, 뭔가 수 틀리면 안 갖다 놓는다.
자꾸 뭐라 하기 귀찮아 대충 산다. 자기네도 매일 바쁘고 할 일 많은데,
그 일로까지 성가시게하고 싶지 않으니~
생각나서 갖다 놓으면 읽고, 안 그러면 그냥 지나간다.
어느새 과장이 신문 갖다 놓는 것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내가 이렇게 하니 당신들도 내게 이렇게 하라가는 게 웃기는 일인 듯도 하고
그런 게 먹히는 세상도 아니잖은가?
이제, 조금씩 포기하고 사는 걸 익혀 간다.
세월가고 자기네도 나이 먹고 과장, 서장 되면 알겠지.
그래~ 이래서 잔소리 했구나 하고~~
어디 가서 남다른 화제를 제안하려면 뭔가는 읽어야 하니,
가져다주건, 찾아가 읽건 신문이라도 열심히 읽을 일이다.
산방에 들어와 따끈따끈한 남의 글 읽는 것도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