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로션은 비싼 거 발라야겠다.
1. 그 동안( 연애 2년+ 결혼 23년 ) 꾸준히 훈련을 한 결과 둘이 앉아 마시기 시작하면 도무지 남아 나는게 없는 경지에 올랐다.
중학교 때 부터 함께 만났던 사람들~ 대학, 군대, 사회에서 둘이 서로 만나고 겪은 사람, 사건들~~
칭찬하고, 욕하고, 아쉬워하며 마시다 보면 술도, 안주도, 사람도 남아 나는게 없다.
누구라도 우리 부부의 술안주에 오르면 대부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요리가 되어 하하하~~ 거 봐. 결국 또 이렇게 됐잖아? 로 끝난다.
아~~ 남는게 있다. 다음 날 아침의 숙취와 두통.
2. 그 숙취를 해결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하던 집사람이 한가지 비법을 구해왔다.
주전자에 소주와 오이, 그리고 적채(赤菜)를 썰어 넣는 것인데 오이향이야 원래 아는 것이 었지만, 적채를 썰어 넣으니 색깔이 그렇게 고울 수가 없다.
오이향이 은은한 보라색 음료~~~ 이걸 누가 소주라 하겠는가?
좋다. 우리 매일 이걸로 하자. 흠뻑 취하도록, 주전자에 2병, 3병째를 채우고 비웠다. 물론 그 와중에, 우리 손에 여러 명 난도질 당했지만~~
3. 상쾌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눈뜨니~~~ 이거 괜찮네? 기분 상 그런지 몰라도 숙취가 전혀 없다?
나만 그런가? 옆을 보니 이 사람도 생생하다. 어쩌구리~~~? 어제 많이 마시던데, 대단하네?
각자 부지런히 씻고 바르고, 빗고 한다. 출발 준비 끝~~~!
"가만, 당신~~~ 로션은 확실히 좋은 거 써야겠다. 얼굴이 환해졌네? 주름도 하나 없고~~?"
집사람이 나보고 하는 소리다.
"뭐~~? " "아! 그 로션?"
1주일쯤 전, 화장품 코너에서 집사람 포인트로 산 남자용 로션 말이지? 주름 개선제가 첨가됐다는~~~
어쩌나? 그 술이 마시기는 좋은데 심각한 역효과가 있나 보다? 지 신랑 이뻐 보이는~~~~
쓰던 로션이 좀 남아 있어, 그 비싼 로션 아직 한 번도 안발랐는데~~~~~ 이를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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