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
1.
산불철에 생일이 끼어 있어
몇 해를 동해안에서 미역국 말도 못 꺼내며 보냈는데
거기 익숙해졌는가? 올 핸 집사람이 아예 남편 생일을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모처럼 한 껀 올릴 찬스 였는데~~~
기특한 것이~~
막내 놈이 전날 엄마에게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부랴부랴 미역국에 케익에 부산을 떤다.
그런데 어렵쇼?
정작 당사자는 아빠에게 문자 한 번 안 보낸다?
이거 봐라~~~?
저녁 늦게 큰놈을 시켜 동생에게 전화해 보라 이른다.
통화가 끝나고 나서 하는 말
아빠한테 편지써서 보냈데요.
그래? 문자도 잘 안보내는 놈이 아빠한테 편지를 써?
2.
이튿 날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 봉투도 없었는지 직접 만든 봉투에 주소를 써서 보냈다.
설레는 마음으로 봉투를 연다.
아버지~~~! 로 시작하는 제법 틀이 잡힌 글씨체.
이젠 더 이상 아빠가 아니라 아버지란 말이지? 좋다.
한 장을 다 읽고 나서 뒷장을 읽을 때 쯤
핑~~~
아빠 감동시키려 작심하고 썼는가?
나이 들면 말라야 할 곳은 축축해지고, 습해야 할 곳은 건조해진다던데
아빠가 나이 들어 주책없이 눈시울이 젖는 건가?
감동이었다.
학비 비싼 외고에 보내 주어 고맙고,
아빠 닮아 주변 친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성품과 외모를 물려 주셔서 고맙단다.
그 동안 아빠 주변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그 중 더 이상 헬기 조종을 안 해도 되는 일이 다행이란다.
주말에 지 보러 대전 내려 올 수 있는 것도 좋고~~~
3.
이 놈 봐라?
매사 주변에서 챙겨주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던 놈이
제법 철든 소릴 써 놨네?
다시 한 번 읽는다.
그러고 보니 이놈 고3 아냐?
지난 번에 올라 왔을 때 목욕탕에서 등판을 밀어 보니
골격도 단단해지고, 어깨도 묵직하더니만~~~
그 만큼 속도 익어가는 모양이구나.
고맙지. 나중엔 지 형도 챙겨야 할 놈인데~~~~
그런데 글 중간에 퍼뜩 눈에 뜨이는 문장.
" 아빠 닮아 술도 좀 하는 편이에요~~~~"
이걸 어쩌나? 이 놈~~~
아빠 앞에선 오만 상을 찡그리며 마시더만
그거? 쇼 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