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위에 서서 2009. 1. 21. 16:37

1.

 어릴 적  푸세식 화장실에서 일 보기가 참 힘들었다.

척추가 잘 못 된 건지, 발목이 안구부러져 그런 지는 모르지만

양 발바닥을 땅에 대고 쪼그려 앉을 수가 없어,

항상 양 뒷꿈치를 든 채,  앞 발바닥만으로 쪼그려 앉아야 했다.

 

혹여 양 발바닥을 땅에 대려 하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그러니 큰일 치를 땐

화장실 문고리에 매어 놓은 끈을 잡고

겨우겨우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땀을 비질비질 흘려 가며~~

 

 

2.

군에 갔다.

사격훈련 시간.

 

서서 쏴, 엎드려 쏴, 앉아 쏴~~

여러 자세로 사격을 하다,

마침내, 나의 아킬레스 건~~~

"쪼그려 쏴" 차례가 됐다.

 

" 빵~~~"

벌러덩~~

조교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쫒아 온다.

 

다시 "빵~~"

벌러덩~~~

 

"그만, 그만,  그 생도는 쪼그려 쏴 하지 마세요."

 

남들은 웃었지만

나는 웃을 상황이 아니었다.

 

사격 성적은 당연히 꼴찌였지만,  다행이 쫒겨 나지 않고  사격훈련을 마쳤다.

 

 

 

3.

30여년 후~~   2009.1.2. 저녁

 

모처럼 4식구가 다 모였다.

오늘도 아빠는 술이 거나하시다.

거실에서 엄마와 잔을 기울이던 아빠가

 

지들 방 컴앞에 붙어 있는 두 놈 중

오랜 만에 올라 온 둘째 놈의 얼굴이 보고 싶어진다.

 

" 둘째야~~ 너 이리 좀 나와 봐라.""

" 네~~"

" 거기 좀 앉아라! "

" 네~~"

 

아빠 앞에 놓인 통닭 조각을 집으며 쪼그려 앉는데,

어럽쇼?

그 자세가 예의 아빠 자세다. 

 

"어~~?"

" 너 뒷꿈치 바닥에 대고 앉아 봐"

이 몸, 양팔을 앞으로 뻗어 중심을 잡으려 하다 가는 그만 뒤로 넘어지고 만다.

 

이거 봐라?

 

"큰 아들!"

" 네~~"

" 너도 이리 나와서 쪼그려 앉아 봐~~"

 

아이고~  이 놈은 뒷꿈치가 땅에 닿기 훨씬  전에

순식간에  뒤로 넘어가며 그 육중한 등판이  바닥을 친다.

 

" 꽈당~~~탕 " 

"우하하~~  그거 참 신기하다."

그것도 유전 되나?

 

우쨋거나,  마눌아, 고맙다~~ 틀림없이 내 새끼들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