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려 쏴
1.
어릴 적 푸세식 화장실에서 일 보기가 참 힘들었다.
척추가 잘 못 된 건지, 발목이 안구부러져 그런 지는 모르지만
양 발바닥을 땅에 대고 쪼그려 앉을 수가 없어,
항상 양 뒷꿈치를 든 채, 앞 발바닥만으로 쪼그려 앉아야 했다.
혹여 양 발바닥을 땅에 대려 하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그러니 큰일 치를 땐
화장실 문고리에 매어 놓은 끈을 잡고
겨우겨우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땀을 비질비질 흘려 가며~~
2.
군에 갔다.
사격훈련 시간.
서서 쏴, 엎드려 쏴, 앉아 쏴~~
여러 자세로 사격을 하다,
마침내, 나의 아킬레스 건~~~
"쪼그려 쏴" 차례가 됐다.
" 빵~~~"
벌러덩~~
조교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쫒아 온다.
다시 "빵~~"
벌러덩~~~
"그만, 그만, 그 생도는 쪼그려 쏴 하지 마세요."
남들은 웃었지만
나는 웃을 상황이 아니었다.
사격 성적은 당연히 꼴찌였지만, 다행이 쫒겨 나지 않고 사격훈련을 마쳤다.
3.
30여년 후~~ 2009.1.2. 저녁
모처럼 4식구가 다 모였다.
오늘도 아빠는 술이 거나하시다.
거실에서 엄마와 잔을 기울이던 아빠가
지들 방 컴앞에 붙어 있는 두 놈 중
오랜 만에 올라 온 둘째 놈의 얼굴이 보고 싶어진다.
" 둘째야~~ 너 이리 좀 나와 봐라.""
" 네~~"
" 거기 좀 앉아라! "
" 네~~"
아빠 앞에 놓인 통닭 조각을 집으며 쪼그려 앉는데,
어럽쇼?
그 자세가 예의 아빠 자세다.
"어~~?"
" 너 뒷꿈치 바닥에 대고 앉아 봐"
이 몸, 양팔을 앞으로 뻗어 중심을 잡으려 하다 가는 그만 뒤로 넘어지고 만다.
이거 봐라?
"큰 아들!"
" 네~~"
" 너도 이리 나와서 쪼그려 앉아 봐~~"
아이고~ 이 놈은 뒷꿈치가 땅에 닿기 훨씬 전에
순식간에 뒤로 넘어가며 그 육중한 등판이 바닥을 친다.
" 꽈당~~~탕 "
"우하하~~ 그거 참 신기하다."
그것도 유전 되나?
우쨋거나, 마눌아, 고맙다~~ 틀림없이 내 새끼들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