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스크랩] 젊은 그들에게~
언덕위에 서서
2008. 3. 4. 22:51
1.
오후만 되면 제 맘껏 불어대는 바람과, 2주일째 계속되는 건조경보 때문에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데~
그 와중에 옆에서 신경 긁는 인간들 있어 더더욱 이 계절이 힘들다.
간밤에 뒤숭숭한 꿈자리 때문에 밤새 뒤척거리다, 피곤한 새벽잠을 깼다.
신문을 펼쳐 놓고, 간밤에 어디 산불 난 곳 있나 들어보려 TV를 켠다.
순간, 헬기사고 보도에 퍼뜩 정신이 난다.
홍천 항공대 소속 헬기가 야간 환자 이송 후 부대로 복귀하다
용문산 일대에서 사고를 당했단다. 사망자는 7명이고
순직자의 면면이 줄줄히 보도된다. 후~~~
2.
몇 년 전, 내도 야간비행을 해서 돌아오다, 그 부근 논바닥에 착륙해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다.
안개도 자주 끼고, 야간에 도시의 불빛도 이용할 수 없는 위험한 곳이다.
일산대교에서 안개로 33중 충돌사고가 나고, 김포 발 제주행 여객기도
못 뜬다고 연이어 보도가 나는 걸로 미뤄볼 때,
전날 야간 그 지역의 기상상태가 어떠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내가 비행을 포기했던 몇 년 전 그 밤의 기상과 유사했을 것이란 짐작이다.
어쩌나, 순직자들의 면면이 하나같이 아깝고, 애절한데~~
장례가 치러질 군병원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유가족들의 애타는 표정과
울음은 또 어쩌나? 그 가정은 또 어떻게 하나?
착잡하다.
그 광경을 보며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비는 것이 있으니
“제발, 내 가족은 저런 자리에 가지 않게 해주십사~”하는 것이다.
부디 이 자리를 몸 성히 떠날 수 있게 도와주시길 기도하는 데.
그런 축복은 아무리 인간이 조심하고,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듯하고
아마, 선대가 쌓은 덕에 의해서나 가능할 듯 싶다.
이런 심정을 알리 없는 알량한 인간들이 옆에서 계속 속을 긁는다.
뒤집어 말하면, 죽을 둥, 살 둥 무조건 비행하라는 요구다. 나쁜 인간들~
결코 동료라 부를 수 없는, 그런 류의.
3.
겨우, 겨우 출근하여 항공기를 둘러본다.
오늘같은 날은 정녕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어쩌나? 내가 홀로 지고 가야할 짐인 걸.
항공기 정비가 끝내고, 시험비행을 하잔다. 그래, 하자~
인간이 할 부분이 있고, 인간이 할 수 없는 부분은 어차피 따로 있는 것이니~~
젊은 그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그들의 희생이 결코 왜곡되지 않고 제대로 평가 받길 기원한다.
출처 : 젊은 그들에게~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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