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불편한 진절

언덕위에 서서 2007. 10. 12. 15:32

1.
더위도 피할 겸, 주말 저녘, 세 식구가 모두 마트에 갔다.
세식구지만, 한 주일을 살려면 이것, 저것 냉장고에 채워 넣어야 할 것이 많다.

세상사람들, 다들 생각이 똑 같은가? 그 시간에 마트 안이 붐빈다.

밀리고, 비끼고, 돌아가며 장을 보는데
(카트 어떻게 대놓는지 보면, 그 사람 수준 알 수 있다.
통로 한가운데 가로로 카트 세워 놓고, 맛보기 음식 집어 먹는 사람,
카트를 확~ ?)

한 외국인 여자가 토마토 판매대 앞에서, 양손에 토마토 포장을 들고
번갈아 살펴보고 있다.

어떤 게 토마토 가격표인지 몰라서 그러나?
가격표를 보니 100g에 400원/ 1봉지에 2000원이라 쓰여 있고,
포장 단위도 2 종류다.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이윽고 작은 포장을 카트에 담는다.

“ 됐네~~”

잠시 후, 계산대에서, 할인쿠폰을 알뜰히 내미는 그 외국인을 다시 만났다.
“ㅋㅋ~~ 참견 안하길 천만 다행이군.”

2.
집에 큰 아들놈이 혼자 남아 있으니, 엄마, 아빠가 이것, 저것 당부가 많다.

“된장 덥혀서 밥 먹고, 청소기 한번 돌리고, 에어컨 온 종일 켜 놓지 말고
학원에 늦지 않도록 가고, 나갈 때 문단속 잘하고 나가라~~“

거의 매일 반복되는 소리다.
아빠가 한번, 좀 있다 약간 다른 순서로 엄마가 또 한번,

언제부턴가 이 녀석이 엄마, 아빠의 당부에 통 대답을 안 한다.
두 번, 세 번 다짐을 해야 마지 못해 겨우 대답이 나온다.

“ 거 참, 이놈도 대가리 굵었다고 그러나?”


3.
이곳 생활도 이제 10년째로 접어든다. 거의 똑 같은 방식과 똑 같은 멤버로
구조작업을 하지만,

매번 구조현장으로 가는 동안, “누가 내려갈 거지? 어떤 구조장비를 쓸 거지?
그게 안 되면 어떻게 구조하지~~” 등등, 안전 브리핑 겸, 잔소리 겸,
별로 다를 것 없는 대화를 되풀이 한다.

어느 날, 부서 회식 중,
혀가 돌기 시작한 직원이 건의사항 있다며, 풀어 놓는 얘기.

“ 대장님, 이제 임무 나가면서, 똑 같은 얘기 제발 반복하지 마세요.
우리도 나름대로 다 프로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그런 기본적인 걸 자꾸 얘기하니까
잔소리 같기도 하고, 우릴 애들 취급하는 것 같기도 하고~~”

“ 그래? 그것도 맞는 얘기 같군.”
( 잔소리란 얘기군 )

4.
老醜라 하던가?
누군가 신문지상에 큰 글자로“ DJ 선생님 이제 老醜를 경계하십시오” 던가?
뭐 그 비슷한 애길 썼던 것 같은데~~

벌써, 나도 그런 취급을 받는 건가?

나이든 사람들 공통된 버릇.
이런저런 얘기. 길게 하고 나서, 그래도 자기 맘이 안 놓이니
한번 더하고, 그 담에 또 하고~~

( 아랫사람 챙기고, 잘 되라는 뜻에서~~~ ? 글쎄?
기실, 자기 맘 편하자고 하는 얘기지만, 본인은 결코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당장 나부터~~~)

그 시나리오를 반복, 반복 듣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잘 되라고 하는 얘기인 줄이야, 듣는 이도 너무나 잘 알지만,
그게 말 그대로 “불편한 친절”, “오바하는 짓거리”임에 틀림 없으니~~~


허허, 이제 듣는 이의 심정도 살펴가며 말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