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We Were Soldiers
언덕위에 서서
2007. 7. 30. 10:36
" We were Soldiers ! "
이 구호는 Mel Gibson이 나오는 베트남 전쟁영화의 제목이다.
미국영화들 늘 그렇듯이, 대규모 월맹군이 등장하고, 처음엔 미군이 피해를 보다가
나중에 폭격기나 신형무기, 포병사격 등으로 월맹군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중간 중간, 등장인물의 Privacy를 삽입하고, 결국 평범했던 주인공이 영웅이 되는 종말.
쉽게 진행되고, 후련하지만, 끝에 별로 남는 거 없는~ 그런 전형적인 미국영화.
특히 이 영화의 압권이라는 부분이 헬기(그것도 의무후송용 헬기)라서,
그 과장됨에 대해 너무 잘 아는 입장에서는, 영화를 진득하게 보고 앉았기가 많이 힘들었다.
(꽤 오래된 영화라 현역시절에도 몇 번 보려고 시도했었던 것 같은데~~)
1. We
사람은 변한다. 아주 쉽고 빠르게~ 그러니 사랑도 변하지.
엊그제, 이 영화에 폭~~빠져, 눈물까지 글썽이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끈적거리는 장마철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이 영화 참 괜찮은 작품이었구나!"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지 뭐, 실전 장면이 영화 같을 수야 있나?
다들 겁에 질리고, 책임 회피하려 요리조리 삐지면서, 꾸려나가는 게 전쟁인데,
그걸 사실 그대로 그려 놓으면, 누가 돈 내고 영화 보나?
그 멋진 헬기 환자후송 장면 때문에, 기실 나 같은 사람이
엉뚱하게 대접받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2. Were
제대하고 10년째, 난 아직 군부대 정문을 통해 출퇴근한다.
(전역한 기지내에, 사무실이 있다)
휀스 재질로 만들어진 정문을 여닫는 병사들은
10년 전이나 오늘이나 크게 변한 게 없다.
소총에 대검을 꼽고, 멜빵끈을 어깨에 가로 맨 상태로, 불편하게 문을 여닫는다.
상병 이상이면, 이 짓이 지루해 못 견디겠다는 표정이고,
일병이나 이병이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표정을 살핀다.
자기네 부대 간부인지, 그냥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인지 아직 제대로 구분이 안 가니까~~
10년!
그 병사들 5번 바뀔 시간이다. (아니 매년, 매달 바뀌니~10번도 더 바뀔 시간이다)
지네들 계급장 무거워짐에 따라, 얼굴표정 여유롭게 변하고,
마침내 어느 날, 예비군 마크 단 모자 쓰고, 이 부대를 떠나지만~
나는 이곳에 남아, 그런 과정이 되풀이 되는 걸 지켜보며 산다.
작은 키 때문에 소총이 유난히 길어 보이는 한 병사~
그 모습에 우리 둘째 놈이 겹쳐 보여, 게으른 발걸음으로 느적느적 문을 열어도
만면에 미소를 띄고, 손을 흔들어 준다.
나도 이제 나이들고, 군인이었다는 기억마져 희미해져 가니까~
3. Soldiers
요즘 춘천의 중년들 사이에 색소폰 붐이 일고 있다.
고교동기가 노래방을 하면서 중-고-군악대로 이어진 테너 색소폰 솜씨를 발휘해
반주를 해주는 데, 아마 거기에 반한 것 같다.
벌써 몇 년째 그룹지도를 하고 있다.
헌데, 이 친구가 현충일엔 절대 장사를 안 한다.
악기도 안 분다.
현충일엔 음주가무 금지다.
군악대라면 군기가 쎈 부대로 통하는데, 이 친구는 군악대 군기 쎈 줄 모르고
군대생활했단다. ( 고등학교 밴드부에서 더 많이 맞은 거 같다나~~ )
그래서 그런가? 군대 물 아직 덜 빠져서~~
고맙지.
3년 군생활한 친구가 20여년 그 고집을 지켜가고 있으니,
우리처럼 십년, 이십년 군생활한 입장에서야~~~
그래서 이 친구네 집에선, 아무리 술이 취해도 늘 조심하려 애쓴다.
4. once
이즈음 군이 많이 괴로운 듯하다.
개혁, 주적의 개념, 민족 통일 이런 정치적 이슈 때문인 듯하다.
사회일반에서는 이제까지 군이 누려온 무소불위, 비교불가의 특권에 대해
은근히 고소해 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권을 누려온 것도 분명하고~~~
아직 군 조직만큼 후생복지가 되어있는 공무원 조직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 그 반대급부일 것이다. 나도 그 쪽에 속했던 부류로 낙인찍혀
좀 더 날카로운 칼날을 받아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이 바뀐 어린 병사들 데리고 지휘관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듣는다.
그래~~ 지휘관도 변해야지.
사회가 변하는데, 군은 사회전체로 보면 그 부분집합, 진부분 집합인데~~
변해야지.
힘들어도, 우리 같은 사람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위안이 될 것이다.
자신의 경력에 대해 시비 거는 세력에 대해, 실질적인 조직을 꾸려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나 개인적으로도 그렇다.
내가 걸어온 발자취, 내가 올 인했던 절대 가치를 비웃고, 경시하는
태도에는 아직도 단호하다. 위건 아래건~~
(그 땜에, 군대 물 빨리 빼라는 지적을 또 받지만)
5. And Now~
어쩌겠나?
멜 깁슨의 신파조가 그런대로 감동이고,
느적대는 초병이, 더 이상 군기 빠진 병사가 아니라,
게으름 피는 아들놈이니~~
그저, 아니 그래서, " We Were Soldiers once and Young~~"이라는 문장이
또 다른 신파로 이 가슴에 자꾸 맴도는 것임을~~~~~~~~~~~~
전쟁이야, 제대하고 나서 더 심하게 하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