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위에 서서 2007. 2. 25. 09:10
新春文藝

1.
새해 첫 날, 구독하는 2개의 신문에 신춘문예 당선작이 실렸다.
당선작도 읽고, 심사평도 읽고, 당선소감도 읽는다. 다들 정말 잘 쓴다.
당선소감이 더욱 찌릿찌릿하다. 출품작보다 더 신경을 모아 짜낸 문장들인 듯싶다.
모 신문 단편소설 당선소감은
"문을 열자 소설이 내게로 다가왔다~~”로 시작된다.

그 신문의 심사평도 멋지다.(심사위원이 쓴 글이니까 당연하겠지만)
“심사과정에, 어떻게 아직 등단하지 않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오갔다.
축하한다."로 맺는다.

2.
신춘문예~~~~~~~~
77년, 오줌 누고 뭐 볼 짬도 없던 생도시절.
신춘문예 응모하겠다고, 한 밤중에 기역자 후레쉬 켜 놓고 글 쓰던 동기가 있었다.
동기라곤 해도 어디 대학을 다니다 사관학교에 들어와, 또래보다 서너 살 위였는데,
참 대단하다 싶었다.

서너 달을 끙끙 매며 매달리다가 마침내 탈고하고, 다시 며칠 후에는 당선소감도 써 놓는 듯했다.
어쩌다 짬이 나면 한 방에 사는 친구들한테 몇 문장 읽어 주기도 하고.

3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봐도, 대단한 사람이었다란 생각이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글 쓸 생각을 했었는지~~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다 어느 날, 일과가 끝나고 짧은 자유시간에,
부지런히 우체국으로 달려가 원고를 보내고, 한 짐 덜었다는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심사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던 모습.
미련하고, 무모해 보였다. 일순 멋져 보이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면, “뭔 이런 엉뚱이가 있나?, 그 문장으로 1차나 통과 하겠나”
하는 게 나를 포함한 주위 친구들의 공통된 심정이었지만,
본인에겐 절대 그런 내색을 안했다. 그랬다면 아마 탈영 했을 테니까~

3.
이제 어떻게 변명을 해도 50이다.
지난해엔 슬그머니, 춘천 어디 글 쓰는 법 가르쳐 주는 데 있나 수소문 해봤다.
그림, 악기, 詩 講座는 있는데 산문은 마땅한 곳이 없다.
어디 동호회 성격의 글 모임이 있으면 슬그머니 끼어들까하고 있었는데~

30년 전 그 동기, 지금도 글 쓰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내가 아직도 신춘문예 당선작보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알면 뭐라고 할까?

“넌 더 엉뚱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