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위에 서서 2006. 11. 4. 12:59
1.
10월은 참 지겨운 달이다.
어제, KBS2 VJ 특공대에, 전국의 유명산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모습을
파노라마식으로 내 보냈다. (설악산, 지리산,기타 등등)

설악산에서는
소방헬기로 부상자 구조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부상 당사자의 인터뷰를 포함해서~~

그 아줌씨, 오세암 부근에서 발목 골절로 구조됐는데,
그 상황에서도 무던하게 구조대 기다리고,
인터뷰하면서도 편안한 목소리라 괜히 정이 갔다.

(헬기구조의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장면은 거의 비치지 않아
구조임무 나갔던 대원들이 그 방송보고 대단히 실망했지만~~)

2.
그 프로를 보고 잠자리에 들어서 그랬나?
밤새 꿈 속에서 애를 쓰다 잠에서 깼다.

헬기로 구조하러 갔는데, 위를 보니, 온통 고압선이다.
이쪽으로 가도 고압선, 저쪽으로 가도 고압선이 널려있어
까딱 잘못하면, 회전날개로 고압선을 칠 것 같아 쩔쩔매다 잠에서 깼다.

지겨운 것~~~~~~~~

금주말, 다음 주, 또 그 다음주까지, 말 그대로 대목인데~~
이렇게 맘이 약해져서야, 버텨 내겠나?

3.
저녁 때 본 프로그램 중
봉정암에서 등반객들한테, 공양과 담요 제공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날 어두워지자 암자로 사람들이 몰려, 온통 잔치집 뺨치는 상황이고
공양 거드는 보살님한테 " 오늘 수저 몇개쯤 나눠 주었느냐?"하니
2천개가 넘을 거라고 대답하던~~~

후~~~

봉정암만도 그런 상황이니, 설악산 전체로 보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몰려 있을 것인가?

4.
오늘도
중청에서 7명, 희운각에서 1명, 수렴동에서 1명 실어 내렸다.

이거 원, 9년째하는 일인데도, 매번 맘이 편치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겁이 나니~~~~~~~~

그래서 인지 내게 10월은 참 지겨운 달이다.

(사실, 올 설악산 단풍은 화면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예쁘지 않다.
단풍이 시작되다 말고 말라버려, 누런 낙엽으로 매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