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위에 서서 2006. 3. 22. 15:51

저녁 8시 30분 이후가 되어야
온 가족이 다 모인다.

통상 내가 퇴근이 제일 빠르니~
아침에 마눌이 해 놓고 간 찌게며 밥을 데우거나 한다~~

그러다 낮 동안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면
아이들과 마눌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미리 한잔 하기도 하는데~
찌게가 괜찮으면 그걸 안주삼아,
아니면 매년 장모님이 보내주시는 총각김치를 안주삼아
주로 소맥(20%+80%)을 마신다.

마눌이 춘천시내에 들어 왔다는 통보를 받기 전까지는
맘이 안 놓여 한 잔 가지고 홀짝 거리며 기분만 내고 앉았지만~


올 해는 총각무우에 양념이 덕지덕지 붙어있어~~
물대접에 무우를 씻어서 안주로 삼는다.

이 나이에 매일 닭튀김 안주로 소주 마시단
고혈압 동맥경화 걸릴까봐~~
(솔찍히 말하면 전화 걸고 기다리기 귀찮아)
냉장고에 항상 대기하고 있는 총각김치를 메인안주로 삼고있다.

잘 담근 총각김치는 적당히 김치국물에 잠겨, 무우가 통통하고
그 표면이 매끈하다.
게다가 양념이 잘 밴 달랑무의 오묘한 맛은 둘째사위에 대한
장모님의 배려이자, 자긍심이기도 하셨는데~~

"왜 올해는 총각김치가 이렇게 모양새며 맛이 예년과 다를까?"

한달쯤 갸우뚱하다, 취한 김에 마눌에게 물었다.


올핸~~
김장하시며 딸내미들을 부르셨단다.
배추,고추와 달랑무야 팔순을 바라 보시는 두분이 키우셨지만
김장은 장모님 혼자 하시기 버겁다고
50넘은 두 딸과 그보다 15살은 어린 며느리를 부르셨는데,
양념한 손이 달라 총각김치가 그렇다고~~

그러니 혹여 술취해서라도 엄마한테 그런 말 말라고~~~

"그래~~
내가 복에 겨워 별 망발 다한다."

술망나니 대작해주는 것만도 황송하지~~~,

이 김치가 당신 작품이라 이거제,
알았어~~ 담부턴 안 씻어 먹을께~~


자~~ 한잔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