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2년
19820417 대위 항공대학: 청평병원
- 항공대학 3학년 MT를 다녀온 직후-
청평에 있는 경희를 만나서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나야 하겠다는 얘기를 했고, 경희는 이를 끝이라고 판단, 그간의 편지를 모두 소각했다는 얘기...
그날 너무 많이 지껄이다 와서 편질 써야 그게 그 얘기일 것 같아, 오늘까지 미뤄 왔다만 지금의 이런 心境 -차라리 死境-은 뉘게고 무슨 짓거리라도 해야만, 미치지 않고 온전할 것 같기 때문에 몇 자 적어 본다.
심리학 용어에 "自生的 Stress"- 뭐 이런 거 없나 모르겠다. 며칠 남겨 논 시험이 왜 이렇게 무시무시하고 중압감을 주는지 견딜 수가 없다.
이제까지 敎育을 받으면서 겪어보지 못했던 답답함.
몰라서 답답한 거 만큼, 사람 미치게 만드는 거 뭐 또 있을까?
단순히 모르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알게 되겠지”- 그런 심경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체면- 스스로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세속적인 굳어짐- 때문에 더욱 답답하다. 빈곤의 악순환 아니라 답답함과 당혹, Stress의 악순환이다. 개시키들, 멀쩡한 사람 이런 경우에 몰아넣어 병신 만들다니, 죽일 놈들-
누군지 뚜렷한 대상 없이 욕 퍼붓다, 나도 참 어처구니없는 놈 중의 하나로다, 담배 한 대, 다시 한바퀴 돌고 와서, 누래진 편지 뭉치를 끌러내서, 몇 장 읽어보고...
그래, 옛날 ◇ 달고 마산에 있던 그녀가 엊그제 대위 됐고, 그만큼 서로가 덤덤해졌고 - 그건 상당히 편리한 發展이구나- 그런 대도 누구 이런 내 심정 꼭 같이 느껴줄 만한 사람 하면 아직도 경희 네로구나.
나는 어떠냐?
이곳에 오기만 하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그거 못 배기겠나하고 왔던 때가 엊그제, 또 그 쉽게 당황하는 버릇 땜에 갈팡질팡하고 있구나.
그래, 그녀의 시간은 그녀와 함께 그렇게 흘러 變했고, 내 시간은 여기 이렇게 나와 함께 남아 있구나. 내가 보고 느끼는 네 時間은 아직 깨끗한 흰빛이더라 만, 나와 함께 짓이기던 내 시간은 여기, 이렇게 추하게 변했도다. 아니 지금은 그 거름 밭에서 조금 씩 헤어 나오고 있다고 해야지. 이제까지 지내온 시간들이 어떻게 엉망이었나 하는 걸 느끼게 만드는 지금까지를 거기다 포함시킬 수는 없지.
나는 어떻게 교활해 졌느냐?
이런, 진짜 속에서 우러나오는 답답함, 이것도 지나면 잊어버릴 거다.
그러니 어떻게든 몸으로 때워 넘기고, 그러고 나면 향긋해 질 게다.-
까지 통밥 굴리고 앉았을 만큼 교활해 졌구나.
사진이나 기억 속의 사람 모습에서 어떤 냄새가 느껴질 수는 없을까?
경희,네모습에선어떤 냄새가 난다. δ(t), delta function, 그것도 x(t)+x(t)+....+x(t), 같은 식 속에 들어 있는 δ(t)에서도 네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δ(t)나 경희나 복잡하고 정의하기 어려운 점 똑같으니까, 경희에게서 나는 그 좋은 냄새만 나면, δ(t)에도 끊임없는 精力을 가지고 대들고 후벼 팔 수 있을 것 아니냐?
그래도 시간은 간다.
시간이 가면 사람의 마음도 변하게 된다. 이건 진리다. 變하는 데도 System이 있다. 이경희 모습에 어떤 향기가 있다. -그건 흰빛이다- 라고 혼자 가정하고 (이건 信念의 경지이기 때문에 假定이란 어휘가 그 본래의 의미가 없어진다.) 거기에 이 지경이 된 지금의 내 심경을 집어넣는다. 그야말로 入力과 network 이다. 이 회로가 transform의 회로이면 이런 마음상태나 향기와는 전혀 무관한 出力이 나온다. 그건 이제 담배만 한 대 더 피우고 나면 “책 좀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 것이다. 애초에 유추했던 결론에 도달해 만족스럽다. 읽는 사람이야 우롱 당하는 심경일지라도,
언제 죽도록 술이나 퍼 마셔야 되겠다. 황순원인가, 여자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 그랬지, 널 안주 삼아 마셔야겠다. 그때 네 모습은 짭짜름해서 도무지 취(醉)하지 않을 것 같다.
postscript: 항의 편지나 보복의 의도가 분명한 答信의 우려 때문에 우리 셋방 주소 적겠음.
δ(t)와 경희의 香氣에 대해 좀더 論해야할 必要를 느낀다.
왜 그렇게 delta ftn이라는 개념은 define하기가 힘드는 지 꼭 경희에 대한(?), 경희로부터의 image와 닮았다, 香氣를 除하고 나면
요즈음은-
新生語, “사꾸라ting"을 하나 새로 익혔다. 一名 夜ting이라고도 하더라만, -이쯤 읽고 나면 웬만한 讀者는 눈치 채기가 쉽다.-
창경원 벚꽃이 다 지기 전에, 아직 못 채이어 간 여자(애들) 골라 벚꽃놀이 즐기자는 내용의-
postscript가 좀 길어졌다. page 명시된 것 없으니 Antiscript이라고 내가 우기면 또 할말이 없어질 줄 확신하는 바이다.
냄새가 난다, 그 냄새다. 싸늘하고 매콤한 흰빛의 냄새가, 만져지지 않는 다정다감한, 경희 널 닮은 냄새다.
말(言)이나 文字는 얼마나 임의적이고 부정확한 의미전달의 수단이냐?, 경희 네가 느끼는 그런 싸늘하고 매콤함이 결코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