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소리~~
80년 후반 무렵까지
집에서건, 군에서건 밥에 보리가 섞여있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보리나 잡곡이 섞이지 않은 하얀 쌀밥에
선뜻 수저를 갖다 대기가 좀 죄스럽고~~
부담스러웠다.
(최소한 내 느낌은 그랬다.)
그러니 그 시절.
몇몇이 모여 앉아 있는 자리에서
갑자기 "부-웅~~"하는 솔직한 방귀나,
아니면 사전에 아무 소음없이
조용히 퍼지는 방귀 냄새도 별 흉이 되질 않았다.
(그걸 가지고 호들갑 떨면 그게 더 예의가 아니었다)
다만 어쩌다 모두가 한꺼번에 웃는 경우가 있는데
한 예로, 한창 심각하게 회의가 진행되는 중에
예고없이
"뽀~오~옥"하고 높은 톤으로 울리는
발칙한 방귀소리가 그 예이다.
같은 방귀지만
더러 어린 눈에도, 듣기 민망하고
보기 싫은 모습도 있었는데~~
점잖게 책상다리하고 앉아 있다
눈을 지긋이 감으며 한 옆으로 몸을 기울이고,
아랫배에 적절하게 압을 가하는 절차를 마친 후~
"뿌~우~~아~ 악~~~"하는
속옷이 찟어지거나, 저러다 좀 튀어 나오는 거 아닌가~~ 싶은
좌중을 압도하는 방귀가 있었다.
"그 무렵 아부지들의 거시기~~~" (죄송합니다)
이 경우는 결코 웃기지도 않았고, 뭐라 항의하기엔
아부지가 너무 센 분이었다.
그래서 속으로
"난 이담에 아부지돼도 저렇게 방귀 꾸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세월이 흘러~~
쌀보다 보리가 더 비싼 농산물이 되고
엄마가 푸는 밥도, 군에서 푸는 밥도 순 쌀밥이 되었다.
누구도 더 이상 하얀 쌀밥에 대해 죄스러워하지 않게 됐다.
방귀도 잘 안꾼다.
내도 아부지가 되고~~~
직업을 택했는데, 공중에서 벌어 먹는 직업이다.
어느 여름날,
모처럼 보리밥에 고추장, 상치, 들기름 넉넉히 넣고
빨갛게 비벼 포식한 오후~~
공중에 올라가자, 기압차 때문인가?
별안간
"뿌~우~~아~ 악~~~"하는
귀에 익은 소리가 들리더니~
곧 이어 실내에 좌악 퍼지는 익숙~한 향기.
(내 똥이라 그런가?)
거기에
그 속 시원함이란~~~ ?
며칠 후면 아버님 기일이다.
그날 서울에 학회가 있다며 망설이는 마눌과~~
몇시간을 달려와 제사 모시고
밤 길에 태백산맥 넘어 갈 일로
음복조차 제대로 못하고 헤어지는 자식들~~~
그런 저런 일들로 맘 편치 않은 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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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그렇셨겠지요?
이런, 저런 세상일로 맘 편치 않으시고
그래서 그렇게 "뿌~우~아~악~~~~"
속에 쌓여 있던 것 한꺼번에 쏘아 내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젠 제 방귀소리가
그렇게 듣기 민망했던 아버님의 그것을 꼭 닮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제 자식놈들은 그 때의 저와 달리
자신들의 느낌을 말로, 표정으로 , 행동으로
즉각 표현하고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