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스크랩] Neco Comeback~

언덕위에 서서 2014. 1. 6. 17:57

1.

조직개편이 돼서 한 건물내에 새로 승진한 상사을 모시게 됐다

그 준비의 일환으로 복더위에 열흘간 격납고에서 사무를 보며

인테리어 공사 하고, 사무용품, 통신망, 책정리, 잠자리 정리 온통 난리를 치뤘다

그리고  내자리는 한쪽 옆으로 옮겨졌다

 

우짜꼬~

새로온 이가, 내보다 늦게 승진했었다는 이유로 오히려 나를 상전 취급하려하니

서로가 어색한 상황이다

(어쩌랴? 현재는 과거에 우선하는 것인데~)

 

그 어색함을 덜기 위해 저녁에 회식이 벌어졌다

어쩌랴? 같이 근무하던 직원들도, 새로운 구조에 순응해야지

아니, 너무 재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저려왔지만~ 다행이다

 

그렇게 1차, 2차, 대충 멤버가 줄고, 3차, 둘만 남아 4차~

 

 

2.

아침에 힘겹게 눈을 뜨니

의외로 집사람과 큰 아이의 표정이 밝다?

 

뭐지~?

간밤에 내가 뭔가 기분 좋은 얘기라도 했나?

기분 좋은 척은 했지만,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걸 최소한

집사람은 알텐데~~

 

아하~~ 그랬지

 

그래, 사람 살면서 늘 슬프고 아픈 일만 있어서야 되겠나?

두루두루 여러가지 일이 예기치 않게 오고, 가는 것이지

 

 

 

3.

큰 놈이 고양이를 좋아해  7년째 같이 살고 있다

 

고양이는 1년내내 털이 빠지는데 요즘처럼 덥고 끈적꺼리는 날은

가이 그 털이 치명적이다

 

큰녀석이 수시로 청소기를 돌려 한웅큼씩 고양이털을 빨아내지만

그도 잠시~

웃통이라도 벗고 앉았으면 어느새 한, 두가닥 고양이털이 피부에 달라 붙는다

 

그 스물거림~

왠만치 짐승 좋아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며칠 전부터 에어컨 안켜고 버텨보려 앞뒤창문 다 열어 놓고, 현관문까지 열어 놓았다

고양이가 수줍은 성격이라 복도쪽으로 서너걸음 나갔다가는 얼른 들어오곤 하길래

그만 그 존재를 잊어버리고 문 열어 놓은 채, 사람들은 자기일에 빠져버렸던 것인데~

 

고양이도 덥기는 매한가지였던 모양

열어놓은 현관문을 통해 복도로 나간 것이다

그게 5일 전이다

 

 

 

4.

하루 종일 고양이가 눈에 띄지 않자, 큰녀석이 고양이(이름이 Neco다) 를 찾아

안방, 뒷방, 앞,뒤 베란다를  다 뒤지고 다닌다

 

없다, 아이의 표정이 어둡다

엄마, 아빠, 동생 다 집을 나선 후에도

그 아이곁에 남아 온 종일 친구해 주던 존재인데~

 

이렇게 불쑥 그 곁을 떠나버렸으니~

그 빈자리를 어쩌나? 

 

찾아야지!! 그 방법밖엔 없다

 

일단 15층 복도를 샅샅이 훓는다  세번, 네번~ 없다

복도엔 없구나

 

그럼 누구, 이 통로에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이 데리고 있나?

엘리베이터에 방을 붙인다, 고양이 사진까지 곁들여~

504호로 연락주시면 후사하겠다고~

 

그 방을 한장 더 뽑아 경비실 아저씨께로 간다

자동으로 열리는 복도현관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나갔을 수도 있을테니

 

그러면 지가 비밀번호를 안 누르고는  복도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는 것이고~

24시간 근무하는 경비아저씨 눈에 뜨이겠지

 

고양이가 다닐만 한 곳에 먹이와 물,

제가 싼  똥,오줌 냄새나는 신문지도 깔아 놓는다

 

혹 복도안에 있을지도 모르니, 우리집 현관 앞에도

먹이통을 내다 놓는다

 

 

 

5.

그렇게 하고 매일 아침 아파트 주변을 돌아보는데

다행이 밖에 놓아 둔 먹이가 없어진다,

네코가 먹은 건지, 다른 짐승들이 먹은 건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다행이다

 

매일 먹이를 보충하고, 세 식구가  여섯 눈을 부릅뜨고

아파트 주변을 돌고 돌기를 나흘째~~ 허나 소득은 없다

 

이 녀석이~ 털 끈적거린다고 흉본 걸 눈치 챈걸까?

아님, 저 넓은 세상이 그리워 자유를 찾아 탈출한 걸까?

 

며칠 새 얼굴이 꺼칠해진 아들과 집사람을 위로한다

네코, 누구네 집에서 호강하고 있거나, 자유로운 세상을

맘껏 뛰어다니고 있을거야, 좋게 생각해~

 

그리고 먹이가 없어지는데, 영역싸움이 심한 고양이 세계에서

4킬로나 나가는 네코가 결코 밀리지 않을 거고~

제가 먹던 먹이니까 잘 찾아 먹을꺼야~~

 

아님, 네코 자유롭게 밖에서 키운다고 생각하렴!!!

 

위안이 될 리 없다

 

 

 

6.

그 날, 그 4차까지 가던 날

새벽 1시에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왔단다

순찰 돌다 보니, 현관옆 화단에 네코가 있더라고~~

 

아내가 사료와 케이지를 들고 내려가 불을 비추며 찾아보는데

이미 안 보이더란다

 

아저씨 왈,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는  부르면 오지않나요?

아니요~ 고양인 안 옵니다, 지가 아쉬워야 오지요

 

1층 필레트에 깔아 놓은 들마루에 앉아 계속 "네코~"를 부르고 있었는데

1시간쯤 지난 어느 순간

"냐~옹" 소리가 들리고, 그소리를 따라가며 부르니

계속 "냐옹, 냐옹~" 대답을 하더란다

 

결국 통로 현관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녀석을 찾아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7.

그래서 나 빼 놓고 두사람 다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물론 내 기분도 좋아졌다

 

고양이도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며칠 허기에, 더위에 고생했을 텐데~ 집에 돌아오니

씻겨줘, 빗어줘, 품에 안고 돌아다니니, 꽤 만족한 모양이다

 

어제, 오늘은 수시로 사람한테와 부벼대고 갸르릉거린다

 

경비아저씨께 세식구가 함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와서

에어컨을 켠다. 아들아~ 엄마아빠 위해 소주 한 병 사올 수 있지?

 

네~~ 날아간다

 

다행이다, 무릇 있던 것은 있던 곳에 있어야 모두가 편한 법이니

 

찾게 돼서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계속 좋은 일이 있겠지, 온 식구가 고맙고 기분 좋아하니~~~

 

 

 

 

 

 

 

 

 

 

 

 

 

 

 

 

 

 

 

 

 

 

 

 

 

 

 

 

 

 

 

 

 

 

 

 

 

 

 

 

 

 

 

 

 

 

 

 

 

 

 

 

 

 

 

 

 

 

 

 

 

 

출처 : 설악산을 사랑하는 江原山房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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