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가정 폭력

언덕위에 서서 2006. 2. 9. 10:54
사회복지과에서 협조 요청이 왔다.
설 전에 사회복지시설 위문 계획이 있는데
원주의 30여개 시설을 위문하려니
인력이 모자란다며
도에 올라와 있는 향우회원들이 분담하여 1~2개씩
시설을 위문하자는 것이다.

고향 등진 죄스런 마음을 덜 기회라
반갑기도 하고,
주소지 제대로 찻아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내가 위문해야 할 시설이 여성수용시설이라
집사람에게 동행을 청했다.

(넘어 간 김에 거동 힘드신 두 분만 계신 처가에도
들러 볼 참으로~~~~)


먼저 방문한 곳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쉼터였는데
교회부속시설로서 운영되고 있었다.

인가 인원 15명에 19명이 이용하고 있었는데
주로 알콜 중독에 폭력을 일삼는 남편으로부터
탈출한 모자녀 그룹이었다.

이곳에서 이혼 절차를 밟는 경우 6~9개월정도
머물게 되며(아이를 데리고 나온 경우)

단 며칠 만에 다시 폭력 남편곁으로 가는 경우도 있는데
집에 두고 온 아이들 걱정 때문이거나,
개과천선을 약속하는 남편에게 한번 더 속아 보자는
각오로 돌아 간단다.

물론 대부분이 다시 시설로 돌아 오지만~~

가정폭력 복지시설의 특징이 한가지 있는데
시설의 위치며 전화번호 등을 공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해자들의 전화공세나 방문 횡포가 심하기 때문에~

염치를 무릅쓰고
시설내부를 잠깐 둘러보았는데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다.
여자들 시설이라 그럴 것이다.

엄마는 일하러 나가고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초등 4~5학년 쯤 된 여자아이를 만났는데 밝은 표정이었다.
엄마의 힘일 것이다.
폭력 아빠와 떨어져 있다는 안도감도 더해져서~~

나도 잘 안다.
어떤 시설인지도 모르고 덜렁 찻아간 곳에서
남의 가정 속내를 들으면서
온 몸에 돋는 소름을 주체하지 못하고 앉아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변하지 않았을까~
우리 4남매도 엄니와 함께
이웃집으로 도망다니곤 했었는데~


마늘과 결혼하여 19년을 살면서
단 한번도
마눌에게 손을 대거나 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세상에 폭력 남편이란 사멸한 존재라고
그리고
폭력 남편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려는 모성애란 것도
울 엄니 이후엔 모두 사라진 것으로 치부했는 데

아니었다. 하나도 변한게 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술에서 깨어 다신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도
그 다짐에 다시 속아 주는 심정도~~~
아주 생생하게 Rewind 되고 있었다.

이 사회란 것이 겉모습만 그럴싸했지
그런 폭력으로부터 여자와 아이들을 보호할 수단도 미미하고
지원이란 것도 웃기는 수준이었다.

피해자인 여성들이라도
독하게 대들어 자신을 지켜내지
바보같이, 이 개벽한 세상에~~




성폭력피해 쉼터 한 곳을 더 방문하고 나서
장인내외와 늦은 점심을 같이 했다.

두분만 계시기 덩그렇다고
옆방에 세를 들였는데
식당일하는 부인이 술냄새 풍기며 늦게 귀가했다고
패고 내 쫒아 안집 부엌에서 자고 갔단다.


후~~~~~ 딸이 없어 다행이다.
아니~~ 아들 놈들 같이 데려갈 걸 그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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